요즘같이 기름값이 비쌀 땐 연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인연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여론도 있기 때문에,이같은 실연비 실험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이킬 것 같습니다.

 가장 연비좋은 차는 다수 국내외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고,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우선 \'가장 연비가 나쁜 차\'(Worst Fuel Economy Cars)부터 소개할까 합니다.

 서민들이 가장 많이 타는 저가차(budget cars) 중 최악의 연비를 가진 차는 GM대우 젠트라(미국명 시보레 아베오 LT)였습니다. 평균 연비가 ℓ당 10.6km(25mpg)로 측정됐는데,도심 주행 때는 이 연비가 7.2km/ℓ(17mpg)로 확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로 연비가 나쁜 차 역시 젠트라 별도 트림이었는데요,미국명은 시보레 아베오5 1LT입니다. 평균 연비는 11.1㎞/ℓ(26mpg)였습니다.

 3위는 닛산 베르사(1.8S)가 차지했습니다. 4위는 4개 차종이 뽑혔는데,현대차 베르나(미국명 액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미국명 리오),닛산의 베르사 다른 트림(1.8 SL)이 각각 선정됐습니다.

 닛산을 빼놓고는 모두 한국산 차량이 저가차 중 \'최악의 연비차\'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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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및 최악 연비차를 발표한 엠에스엔 오토스 웹사이트>

 일반 세단 중에선 포드의 머큐리 그랜드 마르키스와 크라이슬러 300C(V8)가 평균 6.8km/ℓ(16mpg)의 연비로 최악을 달렸습니다.

 다음으로 크라이슬러 산하 닷지 차저 R/T,GM 산하 뷰익 루썬,아우디 A8,포드 산하 링컨 타운카 시그너처,메르세데스벤츠 S550,GM 산하 캐딜락 DTS 력셔리,GM 산하 폰티악 G8 GT 등이 공동 3위(17mpg=7.2km/ℓ)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벤츠와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빼놓고는,일반 세단 중에선 미국 차들의 연비가 나쁘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고유가 시기에 미국 빅3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이죠.

 일반 중형 세단이 ℓ당 평균 8㎞도 가지 못하는 겁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 중에선 지프와 랜드로버,크라이슬러 닷지,GM 험머 등의 연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기아차 카니발(미국명 세도나)도 미니밴 중 최악의 연비차 2위로 기록됐습니다. 평균 연비는 7.2㎞/ℓ(17mpg)였고,도심 주행 때는 ℓ당 4.7㎞(11mpg) 밖에 달리지 못하는 것으로 기록됐지요.

 특이한 점은,최악 연비를 가진 세단과 SUV,미니밴 중 일본차의 이름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겁니다.

 일본차는 그 반대인,최고 연비(Best Fuel Economy)를 가진 차량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최고 연비차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mpg의 km/ℓ 연비환산은 생략합니다. 괄호 안 연비는 도심 및 고속도로 주행의 평균 실측정 연비입니다.

<저가차>
1.벤츠 산하 스마트 포투(39mpg=16.6km/ℓ)
2.도요타 산하 사이언 xD(34mpg)
3(공동).도요타 야리스 세단(33mpg)
혼다 피트 스포츠(33mpg)
5(공동).도요타 야리스 해치백(30mpg)
혼다 피트 베이스(30mpg)

<소형차>
1.혼다 시빅 하이브리드(37mpg)
2(공동).도요타 코롤라 LE(32mpg)
도요타 코롤라 베이스(32mpg)
4.혼다 시빅 EX(31mpg)
5.마쓰다 3 I(30mpg)

<로드스터>
1.미니 쿠퍼 베이스(33mpg)
2(공동).닛산 센트라 SE-R(30mpg)
미니 쿠퍼 S(30mpg)
4.로터스 엘리스(29mpg)
5(공동).마쓰다 MX-5 미아타 그랜드 투어링(27mpg)
혼다 시빅 Si(27mpg)

<일반 세단>
1.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34mpg)
2(공동).폭스바겐 제타 TDI(33mpg)
닛산 알티마 하이브리드(32mpg)
4.메르세데스벤츠 E320 블루텍(29mpg)
5.시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27mpg)

<왜건&해치백>
1.도요타 프리우스 베이스(44mpg)
2.도요타 프리우스 투어링(42mpg)
3.미니 쿠퍼 클럽맨(29mpg)
4.도요타 매트릭스 S2.4(27mpg)
5.아우디 A3 2.0T(25mpg)

<소형 SUV>
1.스바루 포캐스터 2.5X 수동(24mpg)
2.도요타 라브4 베이스(23mpg)
3(공동).닛산 로그 SL(22mpg)
미쓰비시 아웃랜더 LS(22mpg)
지프 컴패스 스포츠(22mpg)
스바루 포캐스터 2.5X(22mpg)

<중형 SUV>
1.도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24mpg)
2.렉서스 RX400h(23mpg)
3(공동).시보레 타호 하이브리드(19mpg)
렉서스 RX350(19mpg)
닛산 무라노 SL(19mpg)

<미니밴>
1(공동).도요타 시에나 XLE(19mpg)
혼다 오딧세이 EX(19mpg)

 어떻습니까. 최고 연비차에는 일본차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위 최고 연비차 40종 가운데,일본차가 아닌 것은 10여 종에 불과합니다. 미국 안마당에서 측정한 실험 결과에서 말이지요. 일본업체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석권하고 있는 것도 고연비 리스트 싹쓸이의 한 배경일 겁니다.

 연비 좋은 차들을 보면,도심 주행 때와 고속도로 주행 때의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경우 도심주행 때 26mpg를,고속도로 주행 때 47mpg의 연료를 각각 소모했습니다. 소형 SUV 중 연비 1위인 스바루 포캐스터 2.5X 수동 모델 역시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때의 연비가 각각 18mpg 및 30mpg로 12mpg(5.1km/ℓ)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최악의 연비를 가진 차들은 달랐습니다. 고속도로 주행 때는 웬만했지만,도심 주행 때의 연비가 형편없이 떨어졌지요.

 GM대우 젠트라를 보면,고속도로 주행 연비가 15.7km/ℓ(37mpg)인데 반해 도심 주행 연비가 7.2km/ℓ(17mpg)인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거지요.

 일반 세단 중 가장 나쁜 연비를 가진 포드 머큐리의 그랜드 마르키스 LSE 역시 도심 주행(10mpg)과 고속도로 주행(25mpg) 때 차이가 2.5배에 달했습니다.

 이 실측정 결과만 놓고 보면,지금으로선 한국차와 일본차의 연비 경쟁력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다소 희망적인 것은,미국인 중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경쟁력을 비슷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게 이점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년 말 유세기간 중 "나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한국이나 일본이 아니라,미국에서 연비가 우수한 미래형 차를 만들도록 돕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전엔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이 왜 하이브리드카 생산에서 한국과 일본에 밀리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요.

 실상을 알면,아마 좀 다른 얘기를 꺼냈을 테지만요.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 당선되자마자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의 연비 경쟁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을 겁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기술향상 속도가 빠릅니다. 요즘 고환율 효과까지 겹쳐 일본차를 바짝 추격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지요.

 미국인들이 일본차와 한국차의 연비 경쟁력 차이를 속속들이 알기 전에,양국 자동차간 연료 효율성 차이를 확 좁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