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가 팔을 휘두르자 반경 4장 내의 빗방울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치하야는 어안이 벙벙해 입만 벙긋벙긋 할 뿐 그를 말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이게 대체.... 저..전팔 오빠 괜찮은가요?"
 
  팔찌는 괜찮다고 말하려 했으나 속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입을 열 수 없었다.
 
  \'제...젠장, 어제 치하야쨩 몰래 먹은 컵라면이 문제인가?\'

  팔찌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평범하게 연애를 하고, 치하야와 컵라면을 나눠먹는 일은 이제 없는 것이다.

  "치...치하야♡~."

  팔찌는 자꾸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치하야를 불렀다. 그래, 이걸로 된 거야.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그래요. 대체 어찌된 일인가요?"

  팔찌에게는 치하야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이제 마지막이다.

  "이... 이게 나의 마지막인 것 같아. 치...치하야에게 컵라면 한 그릇만.. 사줄 수 있었다면.."

  팔찌가 말을 미처 끝맺기 전에 거대한 파동이 대기를 흔들었고, 이내 팔찌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