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LI> </LI></UL><DL><DD class=desc_11>▲ 가수 이정 /뉴시스 제공</DD></DL>

지난 18일 해병대간 뮤지션 이정과 저녁 식사를 했다. 첫 위로 휴가를 받은 이정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10월 20일 입대 전날 만났으니 꼭 5개월만의 재회였다.

해병 1080기로 입대한 이정은 어느새 군기가 바짝 든 군인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를 통해 군 복무에 대한 신성함이랄까?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사람이 달라져도 단단히 달라져 있음을 직감했다. 검푸른 피부는 강해 보였고 두 눈의 초점은 더욱 생기 넘쳐 흘렀다.

포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해병대 사령부로 오기까지 그는 오직 5개월 동안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무엇을 잃고 살았는지에 대해서. 지난 20여 년을 촘촘히 복기했다고 한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으로 점철된 5개월이었던 셈이다. 

이정을 처음 만난 것은 2001년이다. 2002년 3월에 발매된 음반 7 dayz(세븐데이즈)를 홍보하기 위해 리드보컬이었던 이정을 만났다. 당시에도 그는 과묵하고 의리 있는 청년이었다. 그 무게감은 사람을 압도할 만큼 은근한 힘이 고여 있었다. 특히, 그의 가창력에 관해서는 데뷔 전부터 가요계에 소문이 파다하던 터였다.

그 음반은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이정은 솔로로 하동균과 서재호는 그룹 원티드로 나서며 길을 달리 했다. 서재호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할 때도 그들은 형제처럼 뭉쳐 끈끈한 결속을 보여준 뮤지션들이었다.

<UL><LI> </LI></UL><DL style="WIDTH: 660px"><DD class=desc_11>▲ 가수 이정 /해병대 교육훈련단 제공 </DD></DL>

초겨울의 해병대 훈련은 그에게 인내를 가르친 시간이었다. 영일만을 굽이쳐 흐르는 산악행군과 상륙 훈련은 살을 에는 고통이었지만, 두 번 다시 부딪칠 수 없는 소중한 깨달음의 한 때였다고 전했다.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 밖에 없네”라고 했더니, “해병대 병장은 대통령 자리와도 바꿀 수 없다”며 그날을 기다리면서 군 복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그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취침 시간이 되면 머릿속으로 작곡을 하고 있다며, 재대 후의 음악에 대한 변모를 기대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년 뮤지션의 패기 넘치는 모습은 겨울을 뚫고 일어서는 새싹 같은 열정을 오롯이 느끼게 했다.
이병 이정의 필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