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슈퍼볼 이어 아카데미상 CF도 장식
ㆍ위상 쑥쑥현지서 정확한 발음으로 불려

영화의 축제 제81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이 지난 22일 열렸다. 시상식 실황과 결과는 한국에도 생중계돼서 독자 여러분도 잘 보셨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아니라 오직 미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아카데미상 명장면이 있으니, 바로 시상식 중 삽입되는 CF 전쟁이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한국 기업인 ‘현대 제네시스’ CF였다. 현대는 이달초 방송됐던 슈퍼볼CF와 똑같은 CF를 아카데미상에 다시 방송했는데, 타이밍도 기막혔다. 영화계 초미의 관심사인 여우주연상 발표 직전에 타이밍을 끊고 현대 CF가 방송돼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 것은 CF의 내용이었다. 30초짜리 CF 내용은 너무 단순하다. “현대 제네시스 2008년 북미 올해의 차 수상” 내용을 본 BMW와 렉서스의 CEO들이 화가 나서 “현대”를 반복해 부르짖는 내용이다. 그것도 30초 광고 가운데 무려 20초를 “현대! 현대!! 현대!!! 현대!!!!”라고 소리지른다. 그리고 CF의 마지막 멘트가 마무리를 짓는다. “그저 조그만 상을 하나 탄 것뿐인데, 이제서야 우리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군요.”

이 유머러스한 한 마디에 ‘현대 20년의 설움’이 느껴졌다면 지나친 말일까. 그럴 만도 하다. 사실 현대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Hyundai’라는 이름을 영어로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필자 주변의 미국인들도 언제나 “횬다이?” “현다이?”라고 혀를 꼬곤 했다. 그러나 ‘횬다이’라는 이름은 미국 시장에서 그리 달가운 이름이 아니었는데, ‘현-다이’라는 이름이 마치 ‘죽음’(Die)을 연상시킨다는 불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같은 영어권이라도 발음은 제멋대로라서 골머리를 앓게 했다. ‘위키페디아’에 따르면 ‘Hyundai’는 영국에선 ‘하인다이’, 호주에서는 ‘히안다이’라고 불린다고 하니,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영어권 직원들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20년 동안 현대의 품질과 명성도 이제 미국내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자리잡았다. 더구나 최근 미국을 강타한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계속하는 현대의 이미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공원 산책 중에 만난 한 미국인 남자는 “‘현대’가 조지아, 앨러배마에 공장을 짓는데, 직장 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면서요?”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방송된 현대 제네시스 CF의 마지막 멘트는 “현대, 선데이(Sunday)처럼 발음하세요”이다. 그러나 이제 현대는 더 이상 영어발음 강의에 돈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년 동안 불러보지 못했던 ‘Hyundai’ 영어 발음의 한이 지금 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