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여행사 · 술집 호객꾼 소개
ㆍ팔짱 낀 ‘쌍쌍’ 호텔로 ‘총총’

지난 1일 밤 11시4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50대 후반의 일본인 관광객들과 20~30대 초반의 한국 여성 두 쌍이 팔짱을 끼고 나왔다. 이들은 일본말로 대화를 나누며 길 건너 편의점에 들어섰다. 음료와 먹을거리 등을 고른 여성은 남성에게 돈을 받아 계산했다. 편의점을 나온 이들은 인근 ㄴ호텔로 들어갔다.

최근 엔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성매매를 하러 한국에 오는 일본 남성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한남동 이태원로 일대에서 이들의 성매매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관광객은 25만여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1.7%나 늘었다.

지난달 30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한남동 곳곳의 단란주점 등에서 일본 남성과 한국 여성이 함께 팔짱을 끼고 2차로 옮기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술집 마담과 웨이터는 도로까지 나와 이들을 배웅했다. 길가에는 앞 유리에 ‘외국인 관광객 탑승차량’이라고 붙여 놓은 승합차 대여섯대가 서 있었다.

같은날 밤 11시30분쯤 남녀 일행이 이태원 편의점에서 콘돔과 맥주를 산 뒤 차에 올라탔다. 잠시 후 차는 인근 ㄷ호텔 입구에 섰고 두 쌍이 나란히 호텔로 들어갔다. 그들 뒤에서 가이드로 보이는 한 남성은 여자들에게 “잘 부탁해요”라고 외쳤다. 그는 취재진이 성매매 알선 여부를 묻자 “일본인들은 모두 내 친구들”이라면서 “여자들은 술집 마담이 소개시켜줬고 차만 잠시 마시고 나올 것”이라고 발뺌했다.

한 시간쯤 뒤 경찰과 함께 호텔 객실로 들이닥치자 방안에 있던 한국 여성(36)은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3년 전부터 사업상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호텔 앞까지 이들을 안내했던 남성과 말이 달랐지만 성 관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객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이태원 일대에서 일본인 성매매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단속도 어렵지만 설사 성매매 현장을 포착한다 해도 돈을 주고받았다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인 대상 성매매는 관광상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ㄹ호텔 벨보이 ㅁ씨는 “남자끼리 오는 일본인 관광객은 거의 성매매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어에 능숙한 한국 여성이 여행 가이드와 애인을 대행하는 게 주된 형태인데 하루에 3만엔(약 46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에는 대개 일본 남성과 한국 여성을 연결해 주는 호객꾼이 개입돼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공항 도착때부터 일본 관광객에게 호객꾼이 붙는다. 직접 호텔 객실로 전화해 알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로의 한 식당 주차요원은 “일부 가이드는 술집 마담과 연결해 그 가게에서 술을 마시게 한 뒤 일본어를 잘하는 여성을 소개해주고 커미션(자기 몫)을 챙긴다”고 말했다.

<이용균·조미덥·김지환기자 zorro@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021801585&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