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005380)가 10월 30일 출시한 아슬란의 11월 판매량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아슬란이 수입차 공세에 맞서 안방 시장을 지킬 모델이라고 밝혔지만, 신차 출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당혹해하고 있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대형차 아슬란은 11월 한 달 동안 1320대가 판매됐다. 출시 당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국내에서 올해 6000대, 내년에는 2만2000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11월 판매량은 매우 부진하다. 출고가 되지 않은 예약분 2500여대를 더하더라도 전체 판매량은 4000여대 수준이다. 김 사장이 내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달 약 2000대가량을 더 팔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차가 출시된 이후 첫 달은 차량 판매량이 급증한다. 성능과 디자인이 개선된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올해 4월 출시한 중형차 LF쏘타나의 경우 4월 한 달 동안 1만5392대가 팔렸다. 작년 동기(1만3203대)대비로는 16.5% 늘어난 수준이다. 기아자동차(000270)의 신형 카니발은 출시 첫 달인 7월 8740대가 팔리며 전년(4285대)대비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바 있다.

아슬란의 경우 현대차가 당초 밝힌 것과 달리 법인(기업)보다는 개인 판매량이 많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슬란의 11월 판매량 중 법인 물량은 29.7%에 머물렀다. 출고되지 않은 대기 물량까지 포함하더라도 법인 비중은 39.7%에 불과하다. 기업의 임원들이 아슬란을 찾는 비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기업 인사철이 시작되기 전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차의 전략이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고민이 커지는 부분은 아슬란이라는 대형 신차를 출시했음에도 대형차 판매량이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현대차의 대형차(그랜저HG 9819대, 제네시스 3252대, 에쿠스 1552대)의 판매량은 1만4623대였다. 하지만 올해 11월 아슬란 출시에도 대형차(그랜저HG 7449대, 아슬란 1320대, 제네시스 2527대, 에쿠스 474대)는 1만1770대만 판매됐다. 전년대비 19.5% 줄어든 수준이다. 2011년(1만7040대), 2012년(1만5673대)과 비교해도 최고 30%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아슬란이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수요를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에쿠스를 제외한 대형차 판매량(올해 1만1296대)을 비교해도 판매량은 13.5% 줄었다. 2011년(1만5307대) 보다는 26.2%, 2012년(1만4849대)을 보다는 23.9% 감소했다. 아슬란을 통해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슬란은 매년 늘어만 가는 수입차 판매량에 맞서 안방 시장 사수라는 특명을 안고 출시됐다. 곽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출시 당시 "아슬란은 한국의 고급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맞춤형 차량이다"며 수입차와의 총력전을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판매량이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현대차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아슬란의 경우 탄생부터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라는 애매한 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졌고,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입차와 비교해 경쟁력이라고 내세울 만한 요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