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세그먼트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 분야다. 이 시장은 현재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 독일 삼총사가 장악한 상태다. 삼총사 중 첫 주도권은 BMW 5시리즈가 잡았다. 대표 모델인 528i는 2007년 수입차 가격 파괴를 주도한 이후 수입차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수차례 차지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새로운 벤츠 E클래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 모델인 E300은 BMW 528i를 밀어냈다. BMW는 이에 뒤질세라 역시 새로운 모델을 이듬해 4월 출시하면서 맞불을 놨다. 이후 두 모델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최종 승자는 벤츠 E300이었다. 벤츠 E300은 6228대를 팔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BMW 528i는 5130대로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서로 1위 자리를 바꿔가는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벤츠 E300은 올해 1~9월 총 판매대수 5469대로 1위, BMW 528i는 5323대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BMW 5시리즈가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528i는 9월에 433대를 파는 데 그쳐 4위로 떨어졌지만 형제 모델인 520d가 벤츠 E300보다 28대 많은 744대로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에 밀려난 아우디 A6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경쟁력을 높여 돌아왔다. 7년 동안 `절치부심`한 뒤 지난 8월 말 디자인 신선도와 성능은 높이고 가격은 기존보다 190만원까지 낮춘 `착한 A6`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곧 판매실적으로 이어졌다. 수입차 판매 10위 안에 들지도 못했던 A6 3.0 TFSI 콰트로가 9월에는 305대로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로써 2파전은 3파전으로 변하게 됐다. 자동차매체 편집장 4명이 말하는 비교ㆍ평가를 들어본다.

▶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BMW 528i : 다이내믹 이피션트로 대표되는 지독한 `짠돌이 정신`으로 무장해 경쟁모델보다 한 수 위인 연비 성능을 보유했다. 부자들도 경제성을 따진다는 걸 이 차는 보여주고 있다. 연비에 목 매느라 성능을 양보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직렬 6기통 엔진에 후륜구동으로 균형을 잡은 배치에 단단한 하체는 승차감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벤츠 E300 : 최고 출력도 연비도 경쟁모델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경쟁모델들은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지만 7단 자동변속기로 맞서고 있다. 공차 중량도 528i보다 무겁다. 하지만 삼각별이 상징하는 벤츠라는 브랜드는 이 정도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만큼 파워풀하다. 뒤에서 밀고 가는 후륜 구동의 안락한 승차감과 필요할 때엔 강력한 성능으로 도로를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우디 A6 : 경쟁모델에 비해 크고 무겁지만 효율을 극대화해 E300보다 우수한 연비를 확보했다. 가장 최신 모델로 가장 강력한 310마력에 달하는 엔진출력을 발산한다. 풀타임 4륜 구동 방식인 콰트로시스템은 언제나 경쟁모델 대비 비교우위에 있다. 후륜 구동인 경쟁모델들이 눈 내리는 겨울을 무서워하지만 A6 콰트로로서는 진가를 발휘할 기회다.

▶ 하영선 데일리카 편집장

BMW 528i : 비즈니스 세단 중 BMW 5시리즈는 `베스트`로 인정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외관 디자인은 최적화된 황금비율을 유지해 볼수록 편안해진다. 여기에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는 맛깔스러운 드라이빙을 제공한다는 느낌이다. 품위를 강조하면서도 드라이빙 맛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최적 세단이다.

벤츠 E300 : 새로운 외관 디자인으로 변신한 E클래스는 여전히 형식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가속성이나 코너링 등 퍼포먼스에서는 경쟁모델에 비해 뛰어나지 않은 건 흠.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연령대가 높은, 그리고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제격이다.

아우디 A6 : 지난 8월 말 출시된 이후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 중 가장 각광받는 모델로 떠올랐다. 현대적인 느낌에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퍼포먼스는 다이내믹한데 코너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국내에서 아우디 브랜드 가치가 BMW나 벤츠보다 부족한 게 흠이다.

▶ 이수진 카라이프 편집장

BMW 528i : 뱅글 시대와 결별한 후 후이동크가 이끄는 BMW 디자인팀은 5시리즈를 조금 더 무난한 외모로 다듬어냈다.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줄어든 대신 개성 결여라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3ｍ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로 넓은 뒷좌석을 확보했고 경쟁 모델들보다 거주성도 뛰어나다. 라이벌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는 엔진은 아킬레스건이다.

벤츠 E300 : 어퍼미들(upper-middle) 사이즈인 벤츠는 지금까지 우직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을 고집해 왔다. 따라서 현행 E클래스는 매우 실험적인 스타일이다. 직선을 강조한 보디라인과 마름모꼴 트윈 램프는 공격적인 감각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구동계와 안정된 하체는 아우토반에서 배양된 수준 높은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반면 무거운 느낌 때문에 E350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아우디 A6 : 따끈따끈한 아우디의 신상 A6가 출사표를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구형의 풍만한 느낌 대신 날렵함과 우아함을 선택한 익스테리어와 화려한 인테리어는 라이벌보다 한발 앞섰다. V6 3.0L 슈퍼 차저 엔진의 출력과 순발력 역시 수준급이다. 시스템 안에 잘 통합해 넣은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글자를 손으로 써 넣을 수 있는 터치패널 등 새로운 기술이 눈길을 끈다.

▶ 최주식 오토카코리아 편집장

BMW 528i : BMW는 최근 들어 다이내믹 이피션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더불어 효율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매력이 줄었다는 평도 있지만 핸들링 머신이라는 본색은 그대로다. 길 안내 등 각종 정보를 앞 유리창을 통해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 집중력을 높여준다. 아이드라이브 조작성도 좋아졌다.

벤츠 E300 : 벤츠 E클래스는 오랫동안 고급 중형 세단의 표준을 제시해 왔다. 보수적인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벤츠의 특징이다. 그런데 너무 보수적이어서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칼럼식 시프트 레버와 풋 브레이크 페달을 비롯해 내비게이션조차 올드한 느낌을 풍긴다. 넓은 시트와 뒷좌석의 편의성은 장점이다. 오래 탈수록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도 이 차의 매력이다.

아우디 A6 : 세 모델 중 가장 새로운 모델이다. 신형 A6 3.0 TFSI 콰트로는 80㎏ 무게감량에 성공했고, 새로운 콰트로(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 대응력을 높였다. 실내는 이전 세대보다 한층 스마트해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처음 적용됐다. 진화를 거듭한 MMI(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는 조작이 한층 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