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학생이 없다 - 90년대 초엔 의대보다 인기, 요즘은 충원 걱정할 정도
정부·기업의 푸대접 - SW 개발을 단순 노동 취급… 투자 안하고 베껴쓰기 선호</H3>1991학년도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은 <U>전남</U> <U>목포</U> 덕인고 출신인 한모(37)씨였다. 그가 지원한 곳은 의예과도, 전기공학과도 아닌 <U>서울대</U> 컴퓨터공학과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컴퓨터공학과는 최고 인기 학과였다. 대성학원이 만든 \'1993학년도 학력고사 점수별 대학 입학 배치 기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과 계열 제일 윗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물리학과 등 2개 과가 있고, 그 밑으로 전기·전자·제어공학과군, 의예과, 기계공학과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문송천 <U>KAIST</U> 교수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2의 <U>빌 게이츠</U>\'를 꿈꾸며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공학과로 몰려드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의 <U>NHN</U>, <U>넥슨</U>을 만든 <U>이해진</U> 의장, <U>김정주</U> 회장이 바로 그런 꿈을 안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로 들어갔던 이들이다.
지금은 어떨까. 대성학원이 지난해 만든 \'2011학년도의 대입 지원 가능 대학·학과 참조 자료\'의 이과계열 제일 위칸에는 서울대 의예과가 있다. 그 밑으로 서울과 지방 대학의 모든 의예과와 한의예과, 치의예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밑에는 서울대 화학·생물·재료·건축·기계공학·수학과 등이 나오고, 다시 그 밑에야 비로소 전기·컴퓨터공학부가 등장한다.
◆망가진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시스템
15~20년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산실(産室)이 이처럼 몰락했을까.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출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황모(33)씨는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2년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다 퇴직하고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선배들을 보니 이 바닥에 계속 있다가는 장가도 못 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밤 12시, 새벽 1~2시까지 밥 먹듯 야근하는 선배들의 연봉이 3000만원이 채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던 학생들도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거나 아예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KAIST 출신 박모(34)씨가 그렇다. 박씨는 대학원 시절에는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여러 편 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기업 계열 SI업체에 들어간 그는 4년 전 회사를 퇴직하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박씨는 "참신한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를 내봤지만 조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존 프로그램 유지 보수만 시키는 데 좌절했다"고 말했다.
<DL style="WIDTH: 480px"><DD></DD><D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중학교 시절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AFP</DT></DL>
◆소프트웨어 개발을 일당제 노동자로 대접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중학교 시절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AFP</DT></DL>
IT업계에서는 우수 인재들의 소프트웨어 푸대접 구조를 만든 것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등급을 실력과는 무관하게 학력과 연차에 따라서 매긴다. 개발 업무를 발주하면 연차에 따라 시간급에 차등을 주어 지급한다. 건설업계의 노무 인력에 적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개발 업체는 고급 개발자는 시급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중급 개발자로 대체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실력을 쌓은 고급 개발자는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고 매니저로 승급하거나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TH 박태웅 부사장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시킨 일만 하는 평범한 사람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데 어떤 천재가 이 업계로 들어오겠느냐"고 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이 거의 없고,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푸대접하는 것도 문제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창업자는 모두 구글에 인수되면서 돈방석에 올랐다. 그런 소프트웨어 창업의 \'대박 신화\'가 미국의 젊은 인재들을 계속 소프트웨어 창업에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가 그럴듯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M&A는커녕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대기업이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해당 소프트웨어 업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분야로 뛰어들어 도전하려는 젊은이가 드물다.
<U>안철수</U>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소프트웨어 분야는 실력이 뛰어난 2~3명이 책상 하나로도 창업할 수 있다"며 "우리도 성공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주고 인수하는 M&A 문화가 활성화돼야 뛰어난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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