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부임한 지 오늘로 2년. 시간이 참 빠르다. 20대 말쯤 "30대가 되면 순식간에 시간이 갈 거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지만, 부임하니 \'한국 나이\'로 본의 아니게 40대에 돌입, 시간 경과 스피드는 더더욱 빨라진 듯하다.

한국 사회의 변화도 점점 속도가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길을 질주하는 외제차 수(數)다. 과장이 아니고 자동차의 3분의 1 정도가 외제차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BMW코리아의 매출이 BMW재팬을 앞지른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한국의 시장 규모로 봐서, 판매 대수가 일본보다 많은 것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BMW차 비율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한국의 1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여전히 순조로운 경제를 배경으로 외제차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하면 한국에서 의아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왜건(wagon)이나 해치백(hatchback)이라 일컫는, 트렁크가 차내　공간과 연결된 스타일의 차종(車種)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잘 팔리는 BMW도 일부 SUV(Sports Utility Vehicle)형을 빼고 세단(sedan)형 중·대형차가 대부분이며, 차종으로 존재하는 왜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물론 국산차!)에 가족과 짐을 가득 싣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던 나는, 그 자동차 업체가 한국에 진출할 때 일본에선 그 차의 대명사로 인식되기도 하는 왜건형이 처음부터 배제되고 있는 걸 알고 놀랐다. 업체에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라는 답이 돌아왔다.

왜 인기가 없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젊을 때는 왜건이든 무엇이든 스타일에는 그다지 구애받지 않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는데 세단형을 타지 않으면 어쩐지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기업 컨설턴트는 자가용 밴(van)을 타고 다니다 상대방이 깔보는 것　같아 BMW를 렌트해서 타기로 했다고 한다. 자동차가 스테이터스 심벌(status　symbol)이라는 의식은 한·일 공통이지만, 실용성을 따지는 경향이 좀 더 강한 일본에서는 젊을 때 2인승 쿠페(coupe)를 몰고 다녀도 결혼해서 아이라도 생기면 왜건이나 미니 밴(승용차 스타일에 가까운 밴)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다. 외출할 때 유모차나 기타 어린이 용품을 가득 실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만, 미니 밴으로 갈아탄 친구에게 "너도 이제 끝났구나 ㅋㅋ"하면서 놀림 반 부러움 반으로 웃기도 한다. 한편 차내 공간이 한정돼 있는 세단을 고집하면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차가운 시선을 받는 일도 있다. 일본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세단은 많지 않다. 세단에 대한 인식이 한·일 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외모지상주의 국가\'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생각하던 중 "설이나 추석 때 고향 집에서 담가준 김치 등을 잔뜩 싣고 다니다 장거리 정체로 냄새가 차 안에 가득 차기 때문에 트렁크가 분리된 세단을 탈 수밖에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세단 편중(偏重)은 외모 중시가 아니고 한국만의 실용주의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