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현장에서 뱉은 침(타액)의 DNA 수사를 통해 5년 만에 붙잡힌 초등학생 유괴범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영훈)는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유괴한 뒤 부모에게 2억원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43)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6월 오전 8시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인근에서 등교하던 조모(당시 8세)군에게 "아빠 친구인데 함께 갈 곳이 있다"고 말해 유괴한 뒤 조군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2억원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서울 강동구와 인천시, 경기도 고양시 등을 옮겨가며 공중전화로 협박 전화를 걸었으며 차량번호판도 미리 위조했다.

김씨는 조군을 경기도 남양주시 의 한 야산 나무에 테이프와 신발끈을 이용해 묶어 둔 채 다시 협박 전화를 걸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조군은 때마침 비명 소리를 듣고 올라온 마을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5년 동안 미제(未濟)로 남아 있던 사건은 지난 3월 우연히 DNA 수사를 통해 해결됐다.

작년 8월 영업용 택시를 몰던 김씨는 지적장애인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성범죄 조사 과정에서 채취한 김씨의 구강세포 DNA가 5년 전 남양주시 야산에서 발견된 타액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중학생이 된 조군도 김씨의 사진을 보고 "나를 유괴한 사람이 맞다"고 확인했다. 조군은 김씨의 휴대전화 모양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초등학생을 유괴한 적이 없다고 버티던 김씨도 결국 범행 전부를 자백했다. 아내와 이혼한 뒤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김씨는 내연녀와도 자주 다투게 되자 범행을 결심하고 조군을 유괴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여덟 살에 불과한 소년을 야산에 묶어 둔 채 방치했으며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악용해 거액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조군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은 사건 이후 압구정동을 떠나는 등 지금까지도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김씨는 5년 동안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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