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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기사 이거기자년이 보슬맞지?

아리가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5.25 14:34:06
조회 152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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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다큐멘터리 <짝>은 원래 1회 방송으로 그칠 예정이었다. <SBS 스페셜>다큐멘터리 3부작 중 1부 ‘나도 짝을 찾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편성되어 올해 1월 2일 방송된 것. ‘인생의 반려자를 찾아 떠나는 한국인 특유의 긴 여정을 살펴보겠다’는 거창한 기획 의도가 먹혔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가상 애정촌에서 펼쳐지는 짝짓기 시뮬레이션은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파일럿 개념의 프로그램이 재미를 보자 SBS는 곧바로 <짝>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는데, 정작 멍석을 깔아주니 프로그램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짝 없는 열두 명의 남녀가 애정촌에서 며칠간 함께 지내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다는 설정은, 금세 밑천이 바닥났다. 사람만 바뀔 뿐 매회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돈 좀 만져보고 방귀 좀 뀐다는 집 자식들이었고, 직업들 중에는 쇼핑몰 CEO나 모델, 의사가 빠지면 섭섭할 지경이었다.

‘첫인상으로 탐색전 → 직업 및 연봉, 최종 학력 공개 → 구애와 거절의 반복 → 최종 선택’으로 압축되는 단계를 거치면, 결말은 늘 비슷했다. 이리 뜯어보고 조리 비틀어 봐도 결국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란 결론이 나온다. 케이블 채널의 리얼리티 쇼에서 질리도록 봤던, 21세기 남녀 천태만상이 아니던가.

<짝>에 대한 수많은 지적들 중 공통된 의견 하나를 꼽자면, 참가자들의 ‘스펙’이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것이다. 누구누구의 아들이거나 명문대 출신이거나 혹은 고액 연봉자이거나. 굳이 애정촌까지 와서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저러고 있으니, 저들의 목적이 정말 이곳에서 결혼 상대자를 찾으려는 건지 의심스러워진다.

제작진은 “애정촌에서 1주일가량 합숙하다 보면 서로의 내면을 보게 된다”고 말하지만, 이 실험의 진정성을 믿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짝>의 패착은 잘나가는 사람들을 출연시켜 사회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게 아니라, 야심차게 설정한 애정촌이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애정촌은 제작진이 세워놓은 강령에 의해 돌아간다. 이를테면 참가자들은 이름 대신 ‘1호’ ‘2호’ 등으로 불리며, 점심을 제외한 나머지 끼니는 참가자들이 직접 해결하는 식이다.

생존 경쟁의 법칙이 적용되는 이 잔인한 ‘동물의 왕국’에서,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와 1 대 1 데이트를 하기 위해 한겨울에 연못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참가자들의 스펙은 화려한데, 놀 수 있는 멍석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7회에 출연한) 자신의 사회·문화적 식견에 걸맞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성형외과 의사 ‘남자 4호’에게, 애정촌은 여자들의 문화적 취향을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애정촌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란, 딱 대학생들의 가벼운 단체 미팅 수준이다.

재미있는 리얼 다큐멘터리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제작진의 재치 있는 중재가 결합되었을 때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짝>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날로 화려해지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부각될 틈이 없다. 물론 그건 참가자들 탓이 아니라, 갈팡질팡하는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가수 싸이를 MC로 내세웠다가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결국 하차하게 한 사례는, 제작진부터 프로그램 방향을 제대로 정해놓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모델이든, 의사든, 도곡동 부잣집 아들이든, 똑같은 옷에 번호표 달고 애정촌에서 나른한 일상만 보내고 있으면 아무리 화려한 조건이라도 매력이 퇴색되고 만다.

거절당할 위험과 굴욕까지 감수하고 짝을 찾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그들은 호감 가는 상대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니 한밤중에 여자한테 라면 끓여주고, 꽃 심고, 아침에 과일 깎아 대령하는 시답잖은 단발성 이벤트는 그만하자. 그런 것에 넘어갈 여자들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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