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얼마 전 중형차와 준대형차의 수리비 산정을 위해 시속 15㎞로 앞뒤 충돌시험을 했다. 시험 후 개발원은 수리비가 비싼 차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의 목소리에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소비자로선 좋은 차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제조사는 좋은 차 만들기에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차가 되려면 부품이 좋아야 하고, 그러자면 부품 값은 조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리비 비싸다고 보험료 올려야 한다면 좋은 차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보험개발원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자면 자동차회사는 보험사를 위해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값 싼 부품을 써야 한다. 이 말은 곧 소비자가 저렴한 부품에 따른 내구성 저하를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사안을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입장이 모두 다르겠지만 적어도 수리비를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시킨다면 자동차의 내구성은 역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리비가 비싸면 정말 나쁜 차일까? 수리비 그리고 좋은 차와 나쁜 차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좋은 차는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돌고,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여기에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조건을 갖추면 비싸지기 마련이다.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자동차회사는 늘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10년 전 쏘나타와 현재 쏘나타의 내구성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그만큼 좋은 부품을 많이 써 부품 연한이 늘어나서다. 부품 제조사는 내구성 증대를 위한 값 비싼 소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은 저속 충돌로 손상된 부품의 수리비만을 가지고 결과를 뽑았다. 동급이라도 수리비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만큼 수리비가 비싼 차라면 보험료를 올려야 된다는 주장이다. 그럼 반대로 묻고 싶다. 수리비가 저렴한 차라면 보험료를 내려줄 수 있는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보험사는 올리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내리려는 명분을 찾기 위해 저속충돌 시험을 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더러 수리비가 비싸게 나온 자동차회사는 억울함을 나타낸다. 대표적으로 르노삼성 뉴 SM5와 그랜저 HG다. 그들의 하소연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좋은 부품을 써서 가급적 소비자가 오래 쓰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접촉사고 처리는 보험사의 문제일 뿐 제조사로선 내구성을 고려해 가급적 좋은 소재를 쓰고, 최대한 부품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소비자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다.

 실제 뉴 SM5는 수리비가 비싼 것으로 발표됐다. 뉴 SM5의 수리비가 많이 나온 이유는 손상된 주요 부품이 운전석쪽에 있어서였다. 보험개발원 시험은 운전석쪽만 일부 충돌시키는 \'옵셋(off-set) 방식\'이었다. 그러나 설계는 어디까지나 자동차회사의 몫이다. 만약 오른쪽을 충돌시켰다면 뉴 SM5의 수리비는 가장 적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접촉사고가 운전석쪽만 손상을 입히는 건 아닌 만큼 시험방향도 다양했어야 한다. 게다가 뉴 SM5 배터리 주변에는 냉각상자라는 게 있다. 상대적으로 열을 많이 발생하는 배터리의 열을 식혀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뉴 SM5의 배터리는 경쟁차종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르노삼성을 홍보할 생각은 없지만 소비자로서는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오래 타는 게 더 유리하다는 얘길 하고 싶다.

 보험개발원의 이번 수리비 발표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로지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의 명분을 갖추기 위해 발표했을 뿐이다. 좋은 차를 소비자가 탈 권리는 외면한 채 말이다. 만약 보험사 주장대로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차가 좋은 차라면 연료효율 향상을 위한 경량화 차원에서 알루미늄 차체를 쓰는 고급차들은 다시 무겁고 두꺼운 철제로 바꿔야 하고, 앞뒤 범퍼에 내장된 주차감지 센서 등은 사라져야 한다. 

 물론 반박도 있다. 보험이 아닌 자비로 수리할 때 비싼 부품값은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사고가 아니라면 비용 지출은 주로 소모품에 한정된다. 소모품은 자동차회사가 거의 비슷한 가격 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보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보험사 내부의 낭비 요소는 제거하지 못한 채 오로지 보험료 인상을 위해 좋은 차와 나쁜 차의 기준을 수리비 잣대로 나누려는 보험사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보험료와 관련해 정부까지 참여하는 공청회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스쳐도 입원하는\' 우리의 잘못된 문화, 한몫 잡아보려는 병원 그리고 보험사 내부의 불필요한 낭비 등을 지적했다. 결국 차종별 수리비를 보험료에 포함시키려는 무리한 노력보다는 보험사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

http://autotimes.hankyung.com/article_view.php?id=10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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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보험사 입장에서나 중요한거임.






많이 뽀개져서 수리비가 많이 나왔을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비싼부품이 뽀개져서 수리비가 많이 나왔을 수도 있는거임 ㅇㅇ

















아 뭐 한경 기자가 르삼한테 돈받아쳐먹고 쓴 기사라고 못믿겠다고 하면 할말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