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자동차 라이트 불빛이 보인다..

움직이지 않는걸로 봐서 저곳은 고립된 7번 국도 어디쯤으로 보인다..

거리는 가늠할수 없지만...쌓인 눈을 뚫고 갈 만한 거리는 아닌듯 하다..

몇시간전 나도 저곳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운좋게 틈을 비집고 우회도로를 찾아 헤매다가

지금 이 지경이 됐다.. 취소한다... 운 좋지 않았다..


지면 높이만큼 쌓인 수로의 눈을 도로인줄 알고 진입하다 차가 빠져 버렸다..

여기서 나갈수만 있다면 스노우체인이 있으니 어떻게해서든 이곳을 벗어날수는 있겠지만...


(1시간전)

"시방 위치가 어딘지 모르쇼?? 오오미...미처버리겠당께...네비도 없으시당가??"

ㄴ "스마트폰으로 지도 캡쳐해서 보내드릴수 있는데 확인 가능하십니까?"

"머라도 쫌 해보쑈......."


마지막 희망이었던 렉카기사와의 마지막 통화다..

렉카 기사의 잘못이 아니다... 내 폰 배터리가 다 떨어진것이다..

이제 렉카기사를 믿는 수 밖에 없다..


하...하지만....

연료가 떨어져 간다..

그나마 차안에서 히터라도 틀고 있었으니 버틸수 있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결국....

푸드덕 거리면서 엔진이 정지했다..

그때 조수석에서
"오빠..."


환청이 들린다...

이럴때 나도 여친이라는 사람이 있으면 힘이 될텐데...


혹한기훈련에 비하면 이쯤이야...

라고 위로해 보지만 시동이 꺼진 차는 생각보다 빨리 식었다.. 아니 얼었다...

내 체온과 입김으로 안에 습기가 유리에서 얼어붙었다.

라디오에서 고립된 운전자들을 위해 군부대가 식수를 나르고 있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차라리 저기에 그냥 있을걸...

날 아무도 찾을수 없을거란 외로움에 눈물이 흘렀다..

거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나는 겨울에도 옷을 두껍게 입지 않는다.

오너드라이버만의 특혜다.. 난 이걸 즐긴다..

이날도 내가 입은건 얇은 면티에 쟈켓이 전부였다.

차 시동이 꺼진지 한시간이 지나갈때즘 추위와 외로움에 지쳐 내 처지에 대한 비관이 시작됐다. 

베어형이 얼음물에 빠졌을때 체온을 유지하려고 팔굽혀펴기 했던게 생각났다..

현실에 맞서기 위해 폭풍 푸쉬업...

하지만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손만 더 시려웠다..

그때 트렁크에 버너와 라면이 있는게 생각났다.. 지난번 낚시 갔을때 먹다 남은...

흔들어 보니 가스는 흔들어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소진되어 있었다..

마지막 희망...주위에 눈을 코펠에 퍼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스를 가슴에 품었다...

김씨표류기에서 주인공이 짜파게티 하나를 먹기위해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것처럼 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다행히 가스는 라면은 끓여주고 생을 마감했다...

시동이 꺼진지 3시간 경과...

추워서 더이상 못 참겠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1키로 정도 가면 국도에 도착할수 있을것같다..

최소한 나 하나 받아줄 차는 있겠지..

근데 문제는 사방이 깜깜해서 어디가 길이고 논이고 수로인지 구분이 안간다는거...

차가 빠진것처럼 곳곳에 눈으로 위장된 크레바스 투성이다...

아 ㅅㅂ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환해진다...

LED로 쳐바른 전형적인 양카삘의 렉카...


"오오미...사람 미처부러 슨상님 와 여기 박혀있으쇼....나가 아까 한시간 헤매다가 승질나서 걍 갔는디 쪼기 차 한대 빠진거 빼주고 혹시나 해서 이짝으로 와봤당께...왜 전화는 껐부렀당가?? 그라고 사진을 보내려면 제대로 보내야지...똥강아지 훈련시키쇼?? 슨상님 찾다가 체인도 하나 끊어먹고 아주 나 미처부러......"

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그냥 라도형을 안고 눈물만 흘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