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의사 부인(임신 9개월)이 서울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당사자인 남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인에 대한 진실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995년 6월 발생한 치과의사 모녀 살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용의자는 치과의사인 남편. 그러나 이 사건은 7년8개월간의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남편의 승리로 끝났다. 때문에 이 사건은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도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과 수사 당국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의사 부인...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

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5시께 마포구 자신의 집 욕조에서 아내 B(29)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당시 9개월이었다.

A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욕실 바닥 등에 미끄러지는 사고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남편이 용의자" vs. 남편 "결백하다"

반전은 부검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B씨의 부검결과 사인이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지고 고인의 손톱 아래 묻은 혈흔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자 그를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만삭의 임신부가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목이 눌릴 수 있는데다 제 3자에 의한 타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당사자의 방어권이 보장될 사안’이라며 일단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시신을 발견한 날 A씨가 한동안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의 몸 곳곳에 손톱에 긁힌 것으로 의심되는 자국이 발견된 점 등에 비춰볼 때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며 곧 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A씨 측은 당시 전문의 자격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하느라 휴대전화를 쓰기 어려웠고 몸에 긁힌 자국은 자신이 직접 낸 것이라며 결백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의 재판?

지난 1995년 6월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의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치과의사인 남편 L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당시 L씨가 평소 불화관계였던 아내 C씨의 불륜 사실 등을 알고 격분, 아내와 딸을 살해 한 뒤 범행 위장과 사건 조작을 위해 아내의 옷을 벗겨 딸과 함께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L씨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안방 장롱에 불을 지른 뒤 방문을 닫아 불이 천천히 옮겨붙도록 하는 ‘지연화재’룰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L씨는 이에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지 못했고, 경찰이 아무 증거도 없이 나를 범인으로 몰고 있다"고 항변했다.

결국 기소된 L씨는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각종 법의학적 지식과 거짓말 탐지기, 컴퓨터화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첨단 장비를 동원했음에도 사실상 직접적인 물적증거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결국은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96년 원심을 깨고 L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8년 상고심에서 ‘좀더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서울고법은 201년 2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03년 2월 재상고심에서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