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사입니다. 저는 실제로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를 담당하고 있지만, 구제역 발생상황에서는 전직원이 각자의 업무를 모두 미루고 구제역 진단 및 검사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바이러스를 취급할 수 있는 연구시설은 유일하게 저희 부서에 있는 차폐연구실 뿐입니다. 이곳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세포접종, 동물접종, 바이러스분리실험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구제역 바이러스 외에도 병원성이 높고 전염력이 강한 고위험병원체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생물학적안전등급 3등급(BSL-3)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일반 BSL-3보다 훨씬 높은 안전시설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음압환경이 365일 24시간 유지되고 관리를 위한 시설유지팀에 의해 상시관리되고 있습니다. 보안카드인가자만 출입이 가능하며 출입자는 속옷까지 완전히 벗고 들어가서 차폐실 실험근무복을 착용하고, 차폐실에서 나올 때마다 샤워를 해야 합니다 (여자 연구원들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루에 수차례씩 출입해야 할 때는요) 물로 전신샤워를 해야하는데 코를 풀어 코속의 잔류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씻어내고, 손톱 아래를 소독제로 깨끗이 씻습니다. 미국에서는 뉴욕 바다 건너 플럼아일랜드 동물질병연구소에서만 구제역바이러스 접종 실험을 하고 있으며 여기도 BSL-3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는 실제 BSL-3보다 더 강화된 등급이라는 의미로 BSL-3 Ag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방금도 저희 진단팀이 여주에서 올라온 시료 검사를 위해 실험실에 들어가셨습니다. 현재시간 새벽 두시에요. 새벽 세시고 네시고 검사시료가 오는대로 24시간 실시간으로 검사를 하다보니 직원들 전체가 현재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졌습니다. 구제역 정밀검사를 위해서 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검사(이게 초기에 검출됩니다) 비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검사(구조단백질 형성 이후에 검출됩니다) 특이항원유전자에 대한 유전자검사(항체형성 이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가 동시에 진행되며, 유전자 검사 양성시 염기서열 분석이 바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검사결과들은 검사개체의 음성 또는 양성판정을 내리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상기한 세가지 검사결과 패턴이 분석되어 감염시기와 감염양상, 역학적 상관관계를 해석하는 자료의 하나로 활용됩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정치적 질병은 아니고, 절대적으로 경제적 질병입니다. 유병율(질병이 옮겨지는 정도)이 극도로 낮은 광우병(소전염성해면상뇌증)과 같은 질병이 대표적인 정치적/사회적 질병입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그와 정반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병원체보다도(사람의 바이러스 포함) 전염력과 전파속도가 높은 병원체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린 동물의 경우 폐사율이 높기 때문에, 일정기간 지나면 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는 가축의 수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시장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 질병으로 인해 죽지 않은 동물들도 아프고 괴롭기 때문에 사료섭취도 잘 못하고, 우유를 제대로 생산 못하게 되면서 생산량 감소가 초래되고, 당연히 시장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축산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겨 가격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여 요즘같은 초기에는 축산식품 전반의 가격하락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질병을 근절못하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막대한 비용이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이 언제쯤 끝나리라고 그 시점을 기약하기 어렵게 됩니다.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더라도 감염지역 소와 돼지를 살처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구제역의 예방과 방역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질병은 선진국들만 근절이 가능한 질병으로, 현재 구제역 청정국은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국가들(서유럽, 중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 뿐입니다. 개발도상국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나라들은 이 질병의 근절을 위한 비용이나 인력,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막대한 자원마련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유리한 협상력을 방패로, 상대국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청정국 논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발생국이 되면 청정국(우리로 치면 일본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되고, 반대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부터의 공격되어 지는 무역개방압력을 막아낼 논리가 약해지게 됩니다. 일본이 청정국인데 우리가 발생국이기 되기 때문에 우리 축산물에 바이러스가 묻어 일본으로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청정국 논리이며, 반대로 한국도 구제역 창궐지역이니까 중국 태국 필리핀과 다를 바 없으니 이런 지역 축산물도 받아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논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염농장 인근의 건강한 동물들까지 한꺼번에 살처분하게 되는데, 사람에 적용하게 되면 있을 수 없는 방역조치이며, 누구도 설득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화마가 정글 또는 큰산을 덮쳐서 불길이 잡히지 않을 때 불길이 지나가는 길을 예상하고 미리 나무들을 잘라내서 더이상 불이 번져나갈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질문과 궁금증이 다소나마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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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눈 조낸 오네 -_-

있다 회사 또 가봐야 하는데.. 진짜 가기 싫다는.. 에고..

그나저나 울 회사 직원 몇분들도 백신 접종 한다고 투입

한 열흘 일하고 일주일은 집에서 쉰다능

오염 지역 다녀와서 감염 되지 마라고 집에서 일주일 동안 감금

아쒸.. 근데 내가 왜 이걸 올린거지..;

암튼 구제역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