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와서 눈팅만 하고 가는 뉴비입니다.
 원래부터인지 최근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몇몇 분들의 비생산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지는거같아 안타깝네요.

 저 역시도 소비자를 상대하는 조그만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어떤 품목을 선택하든간에 소비자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품이 많이 팔리고 나아가 시장을 지배하는데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더군요.
 반면 팔리지 않고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에도 반드시 그 이유가 있고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첫차가 로얄 프린스였습니다. 1985년식이었죠. 당시만 해도 자동차 시장구조는 단순해서 228조치(?) 이후 기아는 승용차생산을 일체 하지 않았고 승용차는 현대, 대우만 취급했었죠. 그때 \'현대는 소형차가 잘나가고 대우는 중형차가 잘나더라.\'가 일반 상식이었습니다. 80년대 로얄시리즈의 인기는 대단했죠.

 이 로얄시리즈의 원류는 오펠 레코드였습니다. 오펠 레코드는 50년대부터 나온 유럽에선 나름 꽤 뿌리 있는 차종인데 국내엔 70년대 초부트 들어오기 시작했고(레코드 D) 1978년에 1.9L 들어온 \'레코드 로얄\'이란 이름으로 출시된건 레코드 E1이었죠. 레코드 E1은 나중에 1.5L엔진 염가형으로 로얄XQ로, E2는 로얄 프린스, 윗등급 오펠 세나토는 로얄 살롱이 되어 로얄시리즈란 이름으로 80년대 중형차시장을 지배합니다. 당시 현대는 코티나 마크 4,5 83년 이후엔 스텔라가 있었고 그 위로 고가의 6기통 그라나다가 있었지만 코티나와 스텔라는 체급 등에서 로얄에 못미치는 차였고 차종이 로얄만큼 다양하지 못했으며 그라나다는 너무 비싸고 당시 세금체계가 6기통에게는 가혹하게 매겨졌기때문에 로얄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당시 그라나다, 로얄 모두 해외로 나가는 로얄티가 상당해서 차값이 꽤 비쌌습니다.)

문제는 당시 대우가 이런 시장상황에 너무 만족한 나머지 안이하게 대처한거였습니다. 88년 Y2쏘나타가 나오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는데 현대는 소형차에서부터 기술을 쌓아나가고 해외에 욕먹으면서 수출하며 준비를 했던거죠. 반면 대우는 78년식 레코드 로얄의 섀시를 99년식 브로엄에까지 적용했으니 말 다했죠. 같은 기간 현대는 코티나-스텔라(83년에 쥬지아로 디자인으로 나왔으나 코티나 섀시)-Y2쏘나타(88)-쏘나타2(94)-EF(98)에 이르기까지 계속 섀시변경이 이루어졌으니까요. 91년 대우에서 로얄시리즈를 단종시키고 프린스를 출시할때 FR의 장점을 내세웠고 당시 어렸던 저는 정말 그게 좋은 줄 알았지만 실상 그 FR은 70년대 레코드의 플랫폼이었다는거..

어쨋든 그렇게 벌어져간 격차의 결과가 현재의 YF와 토스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YF의 그릴 디자인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해외에서 잘 팔리고 평도 좋은거 보면 잘 만든 차임에 틀림없어보입니다. 고급 대형차에서 대우는 아직도 녹다운으로 만들고있으니 현대, 기아와 비교할 대상은 아니라고 보고요.

물론 현대차가 아직은 감성품질면에서 세계적 명차에 비해 부족한 점은 사실입니다. 제네시스도 세계를 놀라게 한 좋은 차이지만 09년식 bh330이 03년식 E320보다 더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조립한지 43년, 고유모델을 보유한지 35년밖에 안된 회사가 120년 가까이 된 세계 최고(最高 & 最古)의 자동차를 능가하지 못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거고, 그런 차와 비교된다는거 자체가 대견한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논란들(MD 고속주행안정성, 국내고객 푸대접)에 대해선 현대측의 문제해결과 책임이 있어야 하는 문제이지만 결과론적으로 현,기가 현재 누리고 있는 독점적 지위는 그들 나름의 오랜 기간 노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잘 나가다 하루아침에 망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요.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합니다. 전 이곳이 여타 DC갤들처럼 ㅂㄹㅍ장소가 아닌 진지하게 자동차에 대해 담론을 나누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