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 직장인 이준석 씨. 9살과 7살 두 아들의 아버지인 이 씨는 현재 국산 준중형차를 8년째 운전하고 있다.

이 씨는 근래 새 차 고민에 빠졌다. 최근 들어 워낙 연비가 좋은 차들이 연달아 출시되다보니 새로 나온 대형차가 되레 자신의 준중형차보다 실연비가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부모 모임이 잦아지자, 평상시엔 차에 무관심하던 아내도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기 일쑤다.

마침내 이 씨는 새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모았던 종잣돈과 알뜰하게 모은 적금까지 합쳐 4000만원을 들고 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왕이면 시야를 국산차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수입차도 고려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입차들이 고가전략을 펴던 5~6년 전만 해도 3000만~4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차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중ㆍ대형차 일부였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팔리는 동일 가격대 자동차가 모두 26개에 달했다. 뭘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옵션 생각하면 역시 국산차=이 씨는 지금껏 중대형차에 대한 로망이 강했다. GM대우의 중대형차 시장 처녀작인 알페온 정도면 4가족이 타기에는 넉넉하다. 3662만~4087만원인 가격도 상한선에 딱 맞는다.

현재 시판 중인 3.0ℓ 모델은 캐딜락 CTS에도 탑재된 V6 SIDI 엔진을 장착했고 하이드로매티 6단 변속기를 채택해 사실상 5000만원대 수입차 엔진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달까지 국내 중형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였던 기아차 K7(2880만~3870만원)과 비교했을 때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이 비교 우위라는 평가다.

안전성에서는 이미 알페온의 기반인 뷰익 라크로스가 북미 NCAP 충돌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획득해 동급 최고임을 확인한 바 있는 데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동급 최초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비롯해 운전석과 동반석, 앞좌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최대 여덟개까지 에어백을 장착했다. 

하지만 현대차 그랜저와 르노삼성차 SM7 역시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가 예상되면서 이 씨는 지금 섣불리 결정을 내렸다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들 경쟁 차종 역시 4000만원이면 선택이 가능한 차량들이기 때문에 아내는 신중하게 나머지 차들까지 살펴보고 결정을 내리자고 한다.

▶시각을 수입차로까지 넓히면…=5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가격대에 월드베스트 외산차를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단 미국산 차들이 눈에 띈다. 크라이슬러의 세브링(2.4ℓ)과 짚콤파스는 각각 3340만원과 3290만원이다. 버락 오바마의 차로도 유명한 포드 이스케이프는 3390만원이다. 약간만 예산을 올리면 4400만원으로 포드의 대형세단인 토러스도 가능하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대중차들이다.

일본차 가운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 도요타 캠리가 3490만원이면 가능하다. 경쟁차종인 혼다의 어코드(2.4ℓ, 3590만원)나 닛산 알티마(3.5ℓ, 3690만원)는 보다 좋은 조건에 가능하다.

폴크스바겐 골프TDI<왼쪽>, 2010년형 짚 콤파스

어코드는 10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이나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선택하면 차값의 50%를 선납하고 나머지는 12개월 동안 이자 부담 없이 할부금을 납부하거나 금융 유예 리스 이용 시 월 26만원대(선수금 30%ㆍ유예율 60%ㆍ36개월)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큰 차가 여전히 필요가 없다면 폴크스바겐 골프TDI(3390만원)도 좋은 선택이 된다. 특히 항상 스트레스를 받던 연비에서 17.9㎞/ℓ의 수치는 보기만 해도 안심이 든다.

연비하면 푸조도 뒤처지지 않는다. 올 초 새로 출시한 푸조 최초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3008의 연비강화 모델인 MCP 라인업은 19.5㎞/ℓ의 연비이면서 3850만원이다. 1.6ℓ로 작은 배기량이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힘으로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

3000만원대에는 최첨단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도 선택할 수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3790만원)는 1.8ℓ엔진과 모터로 2.4ℓ 차량 수준의 동력 성능에 29.2㎞/ℓ의 연비를 구현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이 씨에게는 딱맞는 차량이다. 이래저래 고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