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005380)가 14일 쏘나타·그랜저의 가격도 내렸다. 이는 지난달 31일 현대차가 고급후륜구동 세단인 제네시스의 가격을 최대 500만원 가량 인하한데 이은 후속조치다. 최근 수입차들이 디자인·성능을 개선한 신차를 기존보다 저렴한 값에 내놓는 일이 반복되자, 현대차가 대형 최고급세단에 이어, 중형·준대형세단까지 가격을 내려 긴급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14일 그랜저 24주년 기념 모델을 출시하고, 편의장비를 대폭 강화하고도 가격은 100만원을 내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선된 사양가치를 감안할 때, 실제 가격인하폭은 200만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랜저 24주년 기념모델은 기존 2.7 럭셔리에 버튼시동스마트키, 슈퍼비전클러스터, 전동식스티어링휠 등의 고급 장비를 추가했지만, 가격은 기존 3182만원이었는데 3082만원으로 오히려 100만원 내렸다. 편의장비를 추가하는 대신에 그만큼 가격을 올렸던 기존 스타일에서, 최근의 수입차처럼 장비는 개선하고 가격은 내리는 식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24주년 기념 모델 고급형의 경우는 추가편의장비가 없는 대신에, 가격만 3387만원에서 3276만원으로 111만원 낮췄다. 

또 현대차는 14일 쏘나타 2011년형을 발표하고, 가격을 50만원 이상 낮췄다. 
쏘나타 2.0 톱 모델 기준으로 전동식파워스티어링휠, 수동텔레스코픽휠, 운전석 통풍시트, 액티브에코시스템, 컴포트헤드레스트, 클러스트 이오나이저 등을 추가하고도 가격은 18만원 인상하는데 그쳤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의 편의장비를 추가하고도 100만원 가까이 가격인상이 가능했을 수준. 현대차 관계자는 “실제 추가된 편의장비의 사양가치는 74만원인데 실제 가격인상폭은 18만원으로, 사실상 56만원 가격인 인하된 셈”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31일에도 최고급차인 제네시스 가격을 가격표상 500만원 실제로는 300만원 가량 내렸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온지 보름여 만에 그랜저까지 가격표로는 100만원 실제로는 200만원 이상 내린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최근 고급차 중심으로 가격을 너무 올려 차가 안팔리기 시작하자, 장비는 더욱 개선하고도 가격은 내리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가격인하 움직임은 최고급차인 제네시스급에서 이제 그랜저·쏘나타급으로까지 처음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그동안 차량이 좋아진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왔지만, 이제부터는 그런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