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년쯤 전에 레이시티라고 서울 강북과 강남을 배경으로 한 레이싱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이 신기했던건 레이싱게임이면서 mmorpg였다는 것인데 레이싱게임주제에 4인팟 협동퀘스트같은 것도 있고

그래서 되게 재밌게 했었는데 하다보니까 왠지 나쁜 생각이 드는 것이다.

mmorpg인 이상 이 게임에도 장비같은게 있었는데 특정 희귀 장비는 특정 퀘스트 완료시 일정 확률로 주고 이따위라서

예를들면 엔진 하나 마련하는데 마포대교 앞에서 왠종일 뺑이를 치고 그랬다. 자꾸 그러는 게 싫어서

어떻게 남보다 쉽게 장비를 마련할까 하다가 생각난 게

운영자를 사칭해서 남의 계정 정보를 받아내고 터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네이버 카페나 각종 커뮤니티에 뿌린 내용이 대략 어땠냐면

내가 레이시티 QnA 부서 사람이랑 개인적으로 아는데, 이번에 계정정보 유출이 한 번 크게 있어서 계정복구를 해주는 중이라고 한다.

일일히 피해자가 확인이 안되므로 QnA쪽 메일주소를 개인적으로 알려주겠으니, 만약 피해본게 있다면 내역을 적어서

메일로 직접 건의하는게 빠를 것이다. 주소는 이하와 같다.

물론 이하의 주소는 내 다른 계정 메일 주소였다. 계정정보 유출같은것도 없었고. 한 일주일정도 있자니 메일이 열몇통정도 왔다.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자고일어나보니 뭐가 없어졌네, 차가 폐차됬네, 엔진이 사라졌네.

나는 친절히 진짜 QnA담당처럼 일일히 다 답변을 해 줬다. 끝에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으로부터는 그 이후로 답변이 오지 않았지만 일부 순하고 천진난만한 사람들은 기꺼이 개인정보를 한아름 담아

답변을 보내왔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당장 접속해서 엔진이고 타이어고 다 뽑아서 중간계정으로 보내고

교환불가 아이템이나 차량 그 자체는 싹 다 팔아서 돈으로 바꿨다. 마지막에 나갈 때 계정을 삭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걸 한 네 다섯번 하고 나서 어느날 아침 로그인을 하려고 하니까 영구정지가 되어 있더라.

정말 여러가지로 재밌는 추억을 많이 남겨준 게임이었는데 아쉬웠다.

나중에 혹시나 면죄부 받았나 해서 접속해보니까 게임 자체가 사라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