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시점 쌍용차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에디슨 모터스와의 인수합병이 어그러진 이후, 새롭게 시작된 인수전은 쌍방울그룹과 KG그룹, 파빌리온과 ELBNT의 4파전으로 현재 그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이대로만 가면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쌍용차가 지고 있는 수천억원대의 채무다. 일각에서는 해당 채무로 인한 상장 폐지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 주인을 찾느라 정신없는 쌍용차 앞에 상장 폐지의 위기가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목소리를 전하려 한 것일까?
글 조용혁 에디터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1일, 쌍용차의 경영진과 노조는 상장 폐지 위기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가 지닌 경쟁력을 입증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겠다”라는 말을 전하며 상장 폐지를 막아달라 호소했다. 현재 쌍용차는 지난 1년간 경영개선 기간이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자본 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덕분에 상장 폐지의 그늘이 더욱 짙게 드리워진 상황이다. 만일 상장 폐지 심사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된다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고 인수 절차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쌍용차의 주식을 보유한 4만 8천여 소액 주주들이 주식을 제값에 처분하기 어려워진다. 이 외에도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들은 기를 쓰고 상장 폐지를 막으려 하는 것이다.
자동차만 놓고 보면
쌍용차 경쟁력 뛰어나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생산설비를 총괄하는 생산본부장 A씨는 “쌍용차가 대기업인 현대차나 기아보다 현실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자동차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경쟁력이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디슨 모터스 사태 이후, 직원들이 동요하고 실망할 법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오히려 정반대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여러 인수 후보들이 온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큰 분위기”라고 말하며 “그동안의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쌍용차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나와 우리 직원들 대부분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의 벽은 높은데?
그럼에도 자부심 강하네
생산본부장 A씨의 말을 들어보면 쌍용차 직원들의 생존 의지는 매우 커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을 살펴보자.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90% 이상이며 르노 코리아, 쌍용차, 한국GM이 남은 점유율 10%를 나눠서 있다. 심지어 쌍용차는 르노 코리아와 한국GM보다도 판매량이 떨어진다. 이런 쌍용차가 현대차그룹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A씨는 “저희 제품이 현대차나 기아 브랜드를 달고 나갔다면 이런 박한 평가를 받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며 “브랜드 인지도 차이에서 오는 구매율 저하가 아주 아쉬운 부분인 만큼 앞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A씨는 “한번 쌍용차를 산 고객들은 쌍용차 자체가 지닌 경쟁력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치켜세우고 실제로 재구매율도 높다”라고 전했다.
현재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반성하고 있어
생산본부장 A씨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를 예정한 J100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전했다. A씨는 “출시를 앞둔 J100은 현재 여러 항목에 대한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라 설명하며 “직원들 자신도 차가 너무 좋다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이렇듯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 차를 개발해 출시를 앞둔 만큼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쌍용차 내부적으론 강한 반성의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이어 설명했다. A씨는 “쌍용차의 지속된 어려움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도 분명하고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라 말하며 “그래서 직원들이 더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갖고 책임감으로 뭉쳐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라고 전했다.
우리가 망하면
한국 경제에도 손해다
생산본부장 A씨는 쌍용차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회만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쌍용차가 반드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며 “쌍용차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존 문제도 있지만, 우리의 도약이 한국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A씨는 “현대차나 기아에 비해 쌍용차는 몹집이 작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모아 차량을 설계하고 완성차를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쌍용차라는 기업은 도약의 발판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또 스스로의 뼈저린 반성과 혹독한 체질 개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겠다”라고 전했다. 여기까지가 생존을 위해 쌍용차가 전한 처절한 호소다.
하지만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주로 “다시 뭘 한다고? 파업이나 하겠지”, “무슨 말을 해도 사기처럼 들린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네”, “쌍용차가 경쟁력이 있어? 있다고? 진짜 그렇게 믿는 거야?”, “이제 사라질 때되지 않았냐?”, “저긴 노조가 사라져야 가능성이 생긴다”, “입에 발린 말 하려고 기자회견 연 거 아닐텐데”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쌍용차의 상장 폐지 여부는 다음 달 중순 쯤 결정이 날 전망이다. 해당 시기에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가 경영개선 기간을 추가로 준다면 당장의 상장 폐지 위기는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경영개선 기간이 추가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쌍용차는 상장 폐지를 향해 급류를 타게 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인 상황에서, 쌍용차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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