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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후기모바일에서 작성

육갤러(223.38) 2025.06.13 17:21:28
조회 103 추천 0 댓글 0

법원 대기실.

사람들 얼굴엔 긴장과 체념이 겹겹이 깔려 있었다.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몇몇은 손톱을 물어뜯었고, 어떤 이는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공기도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나는 단순 병역기피 혐의였다.

‘설마 나까지 실형 나오겠어…’라는 얄팍한 안심이

앞 순서가 시작되며 한순간에 깨져나갔다.


구치소에서 끌려온 이들이 재판을 받았다.

5명. 죄다 실형. 3년, 4년, 3년 6개월…

성범죄. 그리고 동종 전과.

판사는 감정도 없이 형량을 읊었고,

그 순간마다 법정은 차가운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불구속 피고인들 차례.

징역 8개월. 징역 6개월. 징역 3개월.

집행유예도, 벌금도 없었다.

순간, 주변 사람들 몸에서 미세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말은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늘은 다르다. 무너지기 딱 좋은 날이다.”


그러던 중, 판결 하나가 분위기를 틀었다.

징역 1년에 집유 2년.

마치 단단히 얼어붙은 유리에 실금이 가듯,

긴장 속에서 묘한 희망이 스며들었다.

이후 줄줄이 이어진 집행유예와 벌금 선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이 열리고, 조용한 법정 안으로 발을 디뎠다.

낯선 조명 아래, 판사와 검사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앞에 섰다.


기억조차 없던 전과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주소지 변경을 하지 않아 생긴 벌금 전과.

"동종 전과로 벌금형이 있네요 그럼에도 블구하고....."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앞선 사람들 실형 받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오늘 여기서 끝일 수도 있겠구나.’

입술이 말랐고, 손끝이 떨렸다.


하지만 그 순간,

판사의 말은 의외로 단단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반성하고 있다는 점, 태도가 좋다는 점,

그리고 병역의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약속.


결국 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왔다.

기어이 무너지지 않고 나왔지만,

그 안에서 본 것들은 꽤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초범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볍게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

합의 여부, 태도, 전과,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

모든 게 무게로 환산되어 내려졌다.

재판이 끝난 뒤의 법원 복도는

누군가는 구원처럼 빠져나왔고, 누군가는 절망처럼 끌려들어갔다.


나는 죄를 지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짐한다.

두 번 다시 이런 곳에 발 들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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