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하사임관으로 인생이 망했던 한 선임 이야기.

육갤러(14.4) 2025.05.17 10:53:09
조회 341 추천 4 댓글 4

난 군 간부가 아님.


그냥 육군 1년 반 다녀온 20군번임.


자기가 만일 간부라면, 아니면 하사임관을 하려는 사람이면 한번 쯤 읽어봤으면 좋겠음.


그냥 최근에 자꾸만 생각나서 적어본다. 두서없고 이야기 쓰는데 소질없지만 봐줘라. 




이등병때 하사 임관 직전인 말년 병장이 있었다.


그 형은 지잡대 예체능 계열에서 육상 어쩌곤가 했었는데, 대충 체대생인 것 같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우수했고 그 누구보다 군인에 체질이었으나. 


매번 같이 근무 들어갈때면 본인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음.


너는 진로 정해둔게 있냐, 너 학교랑 지금 해놓은걸로 너는 뭘 할거냐.


자기는 대학교를 잘못 온 것 같다. 


군대를 와보니까 체대생인 자기보다 운동신경이 좋고 몸도 좋고 체력도 좋은 애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봤다고 한다.


이제와서 지난 6년동안 해왔던 것들을 포기하고 밖에 나가서 재수를 하던, 자격증을 따던 취직을 하고 싶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아직 늦지 않았고, 요즘 입결 창나서 얼마든지 높은 대학교 노릴 수 있고. 지난 6년? 아무것도 아니고 생 노베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고 

위로를 했다.


당시 난 이등병이고, 전역은 너무 먼 미래였고. 하지만 이 선임은 좋은 사람이라 응원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미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아왔던 6년이란 시간이 아무래도 마음의 족쇄가 되어 자꾸만 방황하게 한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공부 그거 별 거 없다. 공부에 재능이 필요할 지언정 IQ가 100이하로 떨어지는 저지능자가 아니면


누구나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매번 위로하고 응원했다.


어느새 나는 그 형의 애착인형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 선임은  공부를 못하던 사람이 아닌 공부를 안하던 사람인걸 몰랐다. 그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뛰어 노는것을 좋아했고, 가만히 앉아 공부하던 것과는 성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가.


너무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공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덜컥 하사 임관을 했다.


1년만 하면서, 공부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겠단다.


그 후 일병으로 넘어간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다시 한번 자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처음 3~4개월은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듯 했다. 당직을 서면서도 영단어집 한 권 하나를 열심히 읽었다.


사회 활동도 착실히 했다. 


계속 같은 간부들끼리 술 먹는 자리, 주말에 축구나 족구 일정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그 조직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몇 개월 가지 않았다.


상병이 되고 나니, 그 형은 어느새 공부를 또다시 놓아 버렸다.


내가 일병시절에 보았던 그 열심히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축구화니, 족구화니, 운동복이라니, 훈련용 장비라니 계속해서 무언가를 사들이고 


중대 간부들이랑 매 주말마다 술을 마셨다.


속으로는, 밖에 나가서 학원다닐 돈을 모은다더니, 저래도 괜찮나 싶었다.


나는 그 형의 몸을 존경했었는데, 체대생이라 그런가, 몸이 엄청 좋았다.


상병때 내가 소규모 임무 파견으로 타 대대에 갔다가 돌아 왔을때는


이미 그 선명한 식스펙은 없어지고 살이 조금 올라 있었다 .


체단시간에도 체력적으로 벅차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당시 특급반이라고 해서, 체력 특급이 목표인 조만을 편성해서 4km짜리 구보를 뛰었는데,

ㅈㄷ 상급간부가 없을때는, 형이라고 부르면서 요새 준비하던건 좀 잘되가요? 근황을 물어보곤 했다. 


한번은 ㅈ망했지 ㅋㅋ 하면서 웃어 넘겼고 적당히 얼버무려서 대화주제를 바꿨다.


어느샌가 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뻔했다. 슬슬 복무연장을 할 지, 전역할지 선택해야 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작 처음에 목표했던 것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모으고자 했던 돈도 다 써버려서 모은 것도 하나 없고


술 먹고 노느라고 지방도 많이 쌓여 몸도 예전만도 못하고.


그동안 무언가를 이루어내긴 커녕 가지고 있던 시간만을 날리고, 그나마 장점이었던 체력 조차 잃게 버렸다.


더 이상 자존감도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지난 1년은 무엇을 위했던 1년인가. 


나였어도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소비할건 다 소비한채 남는시간 족족 공부에 투자하며, 얼마안되는 돈으로 간부들이랑 어울리기엔 턱없이 부족했을테다.


나는 그 사실을 짬찌때는 몰랐다.


그래서 조언할 수 없었다. 


내가 다시 기억을 가지고 짬찌때로 돌아갔더라면 그 형의 1년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 샌가 복무기간 연장 시즌이 지나고. 1년을 더 하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자기 딴에는 정말 반성 많이하고 살 것도 다 샀으니 정말 돈 모으고 정말 공부하겠단다.


될 리가 있나.


그렇게 그 형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도 밖에 나가자마자 공모전이며 MT며 신경쓸게 많아진 시기였다.


말년 휴가로 MT를 나갔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나 목표의식이 뚜렷한 편이었다. 


나가자마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전역하고 복학 하기 전에 배우고 싶었던 걸 배울 생각에 설렜던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전역을 했다. 


이후에도 그 형이 휴가 나올 쯤이면, 연락을 받고 술 한잔 하러 나갔다왔다.


시간은 미치도록 빠르게 흘렀고


다시 한번 복무 연장에 관한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정말 달랐을까 하는 마음에 동기들, 후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형이 다시한번 연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뻔했다.


왜 난 이 뻔한걸 알고서도 아무것도 못해줬을까.


전역해야 한다고 말을 왜 못했을까.


시간이 미친듯이 흐르고 


어느샌가 그 형은 중사가 되어있었고.


나는 어느 중견기업에서 6개월쯤 지나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안정되니까 그동안 받은 것들을 보답 할 겸 


그 형이 휴가 나올 때 즈음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되었다.





3일 뒤에 전역한단다.




차를 산 모양이다. ㅈ꼬리 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유지할 생각으로 샀는지.


집안에서 지원을 받을 형편조차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몇 년동안 어떻게 지냈을지 눈에 보였다.


살도 너무 많이 쪄서 이제는 배가 불룩 나와있었다.


훈련할때 인대를 다쳐서 두번 운동을 과하게 하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렸다 였던가.


얼굴은 못났어도 인품이나, 체력적으로 좋았던 형이었는데


이제는 배나온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그 형은 내게서 거기 취업은 어떻게 했냐느니, 이번엔 어디로 어떻게 갈건지 꼬치꼬치 물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 동안 뭐 했냐고 따지고 싶었다.


인생 청춘 5 6년 쏟아부어서 나온 결과가


나온 뱃살이랑 할부 3년은 더 남은 2021년도 아반떼 덜렁 하나냐고.


나와서 이제 뭐할껀데?


28살 처먹고 모은것도 하나 없이, 공부한 거 하나없이, 뭐 어떻게 할거냐고.



내가 생각해도 답 없다.


그 시절 짬찌때 늦지 않았습니다 드립 치던 그 시절과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말린 인생이었다.


하사 1년 딱 채우고 돈 1500모아서 전역했던 다른 타중대 하사 케이스가, 너무나도 비교 되었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가망이 없던 사람이던가?


아니다. 그 처음 1년 내다 버렸어도 충분히 구제가능했다.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기회, 갱생할수 있는 여지마저 있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그 형은 자기 선택으로 군 복무를 했을 지언정


그 끝에 군대로부터 버려졌다. 


전역도 자기 의사가 아니였다는 것을 안 건 최근이다. 


그 형과의 인연도 정리 했다.


500만원만 빌려달라는 장문의 글을 안읽씹했던 새벽을 마지막으로.



이런 케이스가. 과정은 조금씩 다를 지언정 


소위 중위 대위들도 똑같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를 군대에 쏟아 붇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회로 쫒겨나 버림받는다.



내가 다시 자대배치 받던 그 과거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그 형을 어떻게든 뜯어 말렸더라면


그 형의 인생은 조금 달랐을까.


적어도, 지금보단 낫지 않을까 싶은 후회마저 든다.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새로운 워터밤 여신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5/19 - -
1863828 엉아들 내일 신교대 인소인데 치약칫솔 챙겨가야 함? ㅇㅇ(220.88) 05.18 39 0
1863827 신교대 육갤러(210.95) 05.18 27 0
1863826 ㅇㅎㄴ 실전 압축 섹벅지.jpg [1] ㅇㅇ(211.36) 05.18 265 0
1863825 현역전환한정공화요일7싸단입대예정 [1] ㅇㅇ(211.234) 05.18 53 0
1863824 백마 누나들도 얼룩무늬 입히면 육갤러(14.44) 05.18 151 0
1863823 운전병 면접 육갤러(27.100) 05.18 45 0
1863821 투표함 까보면 이재명 58 나올듯 야옹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94 0
1863820 공포탄 머리에 쏘면 한 번에 가나요 [2] ㅇㅇ(106.101) 05.18 126 0
1863819 훈련소 조교 신교대 조교 [1] 육갤러(210.95) 05.18 89 0
1863818 지뢰탐지 작업 같은거 할 때 보험 들어줌? 육갤러(223.39) 05.18 30 0
1863817 찐따였던애들 상처받았던거있냐? ㅇㅇ(106.101) 05.18 59 0
1863816 선임이 축구하자는거 거절했는데 좀 눈치보이네 [1] 육갤러(39.7) 05.18 173 0
1863815 국군병원 자대인 사람 칼라피오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71 0
1863813 좆찐따마냥 졸업식때 꽃다발 선물받고 하자 짜져있지말아라 ㅇㅇ(106.101) 05.18 120 0
1863812 수료식날 카메라 풀어주나요..? [1] 육갤러(223.39) 05.18 81 0
1863811 gp gop 전출질문 [1] ㅇㅇ(211.235) 05.18 68 0
1863810 군적금 나사카계좌 1개, 은행 계좌 2개 총 3개 준비하란거임? 육갤러(211.192) 05.18 87 0
1863809 삼위일체는 사기니까 틀렸음 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82 0
1863808 사단 나왔는데 어느 대대로 갈지는 아직 모르나? [6] 육갤러(106.101) 05.18 183 0
1863807 현역 군바리가 2찍하는 건 저능아 아님? [1] 육갤러(118.235) 05.18 152 0
1863806 찐따는 자기 사랑하지않고 꾸미지않으니끼 남이 사랑안주는거고 ㅇㅇ(106.101) 05.18 39 0
1863805 일병후임이 짬인지 못하는거냐? [8] 육갤러(118.36) 05.18 367 0
1863804 하 시발 ㅈ같다 육갤러(223.39) 05.18 79 0
1863803 망사 ㅇㅇ(106.101) 05.18 27 0
1863802 14~17년도 5포병여단 어땠음? [2] ㅇㅇ(223.39) 05.18 88 0
1863801 간부들한테 절대 규정 들먹이지 마라 ㅇㅇ(118.235) 05.18 149 0
1863799 철원 갈말읍이면 최전방임? 전방임? [3] ㅇㅇ(223.39) 05.18 124 0
1863798 k55 자대배치 어디로감? 육갤러(211.234) 05.18 39 0
1863797 날면도 어캐함? 육갤러(14.52) 05.18 49 0
1863796 국군수도병원이신분? 육갤러(118.235) 05.18 73 0
1863795 군적금 질문 [2] 육갤러(211.235) 05.18 300 0
1863794 머리 미니깐 너무 추워 [1] ㅇㅇ(220.88) 05.18 87 1
1863793 아진짜 정신병걸릴거같음 글리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85 0
1863792 주말 외출 외박 나갈려면 체검 2급 맞아야 한다는데 [3] 육갤러(211.176) 05.18 217 0
1863791 못생기면 피해망상이 심해지냐? ㅇㅇ(106.101) 05.18 43 0
1863790 요즘도 구타있냐? ㅇㅇ(116.123) 05.18 48 0
1863789 너네 출타용 가방 어디서 샀음?? [10] ㅇㅇ(106.102) 05.18 356 0
1863785 간부들 내 학적 조회할 수 있음? [6] 육갤러(122.202) 05.18 347 0
1863784 현역시절 운전병들 부러워서 [1] 육갤러(106.102) 05.18 262 0
1863783 수방사 방공 질문 받는다 [8] 육갤러(211.234) 05.18 192 0
1863782 짬 ㅁㅌㅊ? 육갤러(58.121) 05.18 159 0
1863781 코골이때문에 살인충동 드네 [3] 육갤러(211.234) 05.18 172 0
1863780 누가 더 유명함 비욘세 마라도나 디바(59.28) 05.18 42 0
1863779 친구가 군대갔는데 요즘군대 원래이런거야? [3] ...(221.155) 05.18 330 0
1863778 6사단 자대 왔는데 육갤러(223.38) 05.18 90 0
1863774 에이스 의미 없음 [4] 아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363 0
1863773 전우애, 포신, 각개전투 들을때마다 이상한 생각남 [1] ㅇㅇ(223.39) 05.18 112 0
1863772 좆뺑이 치십쇼 [2] ㅇㅇ(118.235) 05.18 187 0
1863770 짬 얼마나차야 일과시간에 눈치안보고 잘수있음? [1] ㅇㅇ(118.235) 05.18 269 0
1863767 집까지 10km도 안되는데 [1] 우스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86 0
뉴스 [NP포토]민도히, '티 내지 않는 아름다움' (마노패밀리) 디시트렌드 05.1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