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 한번 바라.
국방일보에 난 기사다.
유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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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 병장에게>
  입대 전 자신을 한번 돌이켜 봅시다. 게으른 인간형이었나요? 정리정돈과 거리가 멀었나요? 의지박약(意志薄弱)형이었나요? 대부분은 그런 유형이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가방이며 빨랫감이며 곳곳에 내팽개쳐 놓던 무질서한 인간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30분만 있으면 온몸이 뒤틀리는, ‘인내력 빵점 학생’이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군대 훈련이 힘들다던데, 저는 매일 아침 5시 50분에 기상해 모포 정리하는 꽉 짜인 생활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군대에서 세월이 흐르다 보니 깔끔하게 정리도 하고 힘들어도 참을 줄 아는 ‘군인’으로 변했습니다. 전역한 뒤에야 깨달았지만 군대에 있는 동안 저에게 일어난 그 변화는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됐습니다.

　군대가 저에게 강요하고 강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저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저는 군대를 통해 비로소 어엿하게 한 사람 몫을 하는 당당한 성인으로 성장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합니다. “군대는 가야 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습관이 달라졌다고 해서 세상이 나에게 금방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설정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혹자(或者)는 군대에서 시간 남을 때 자기계발을 하라고 조언합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은 군 생활 몇 달 공부 좀 한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성과를 올리겠습니까. 그보다는 사회에 나가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전역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저의 꿈은 언론인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언론사에 갈 실력도 안 되고 노력을 해본 경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영어가 낙제 수준이었습니다. 전역하면 지긋지긋한 영어부터 마스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영어는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게 아닌데, 내가 과연 영어와 장기간 씨름할 수 있을까?” 노력해본 적이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도 어쨌든 전역하자마자 고입 수준의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동네 독서실 티켓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책상 앞에서 30분을 못 버티던 제가 대여섯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버티게 된 것입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력다운 노력을 한 것입니다. 지금도 ‘내 인생의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 병장(兵長)님들. 군 생활을 무사히 치러낸 여러분들은 무슨 일에서든지 전력투구로 노력할 수 있는 준비를 이미 마쳤습니다.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절실하게 미래를 고민한다면 전역 후에는 목표를 향해 스스로 분투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