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병 시절 일인데 

내가 뭐 희귀병이나 의무대에 있는 기기로는 진단이 어려운 병을 가지고 있었으면 몰라

그냥 발등 좀 아픈 거랑 몸살 이후에 후각 기능 많이 저하된 거 가지고 의무대 신청해서 갔었음.

군의관이 신청 사유 슥 보더니 꾀병 아니야? 를 시전하면서 약을 처방 해줬는데 3일 째 차도 없이 더 아파지고 후각 기능은 아예 사라짐

좀 더 상위 개념 의무대 라고 교육연대 밖으로 나와서 인솔하에 다른 곳도 갔는데

자기가 봤을 땐 발등은 외상도 없고 후각은 뭐 심리적 요인이 크다느니 이딴 개소리 하면서 

약 처방 똑같은 거 해 줌.

발등은 시발 분대장이 봐도 이상하게 부어 오른 거 같다고 말하는데 지가 봤을 땐 평범하다네 

당연히 안 나아서 1주일 지나니까 걷는 거 조차 힘들 정도로 아프고 

후각 역시 안 돌아옴.

천만 다행이었던 게 그 주에 외래진료가 예정 되어 있었음.

희망자 한해서 소대장 차 타고 민간 병원 가서 진료 받는 거 였음.

돋보기 안경 쓴 할배가 운영하는 좁고 낡은 종합병원이었고

발등은 슥 보면서 한 번 눌러 보신 후에 후각 관련 질문 몇 개 하시고 끝났는데

솔직히 걱정만 더 커져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음. 입대 전에 말로만 듣던 의무대 돌팔이 당하고 마지막에 온다는 게 동네 구석에 있는 병원이라니.

이러고도 안 나으면 진짜 꾀병으로 분류돼서 조용히 혼자 병신 되는 거 아닐까? 하는 피해망상 오지게 했음. 

놀랍게도 다음 날 저녁부터 통증이 많이 사라지더니

이틀 후에는 아팠던 게  꾀병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끔하게 완치 됐음.

후각도 조금 씩 돌아오다가 나흘 쯤 되니까 똥냄시 땀냄시 잘만 나더라.

종합병원에서 대충 보고 처방 받은 약으로도 악화된 상태에서 하루 이틀이면 나을 거 였는데

의무대에서는 꾀병이니 심리적 요인이니 이 지랄 했던 거임. 

지도 끌려와서 귀찮다고는 해도 이게 분간이 안 가고 쓸데없는 약 처방 해줄 정도의 사안이 아니잖슴 

자대에서는 전역까지 급하게 병원 갈 일이 안 생겨서 군의관 당한 일이 없었는데

지병 있는 애들은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