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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118.235) 2023.03.21 02:36:37

조회 167 추천 0 댓글 0

18년의 어느 추운 겨울날 16시 30분 경..

어김없이 부사수와 탄약고 근무를 들어갔음

기본적으로 주간엔 망루에 올라갈 필요 없이 밑에서 입퇴영 인원을 일지에 기록하고 후번초에게 넘기면 되는 아주 기본적인 근무라 평소처럼 그냥 노가리나 까고있었음

그렇게 노가리를 까다가 이야기거리도 없고 심심해서 입퇴영 일지를 넘겨보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옆 대대 여간부 하나 남간부 둘이 탄약고 정리로 들어간 기록이 있는데 나온 기록이 없는거임

일지가 꼬이면 책임소재 규명이 귀찮아지기에 재빨리 망루로 올라가서 탄약고를 쭉 훑어봤음

근데 뭔가 이상한거야..탄약고 작업은 상식적으로 먼지때문에라도 탄약고 문을 열고 작업을 해야하는데 출입 마감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굳게 닫힌 3번 탄약고 문 앞에 닷지 한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음

뭔가 이상했지만 닷지가 있으니 일지가 꼬인건 아니니까 안심하고 간부들이 나올때 까지 기다렸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후번초가 도착하기 10분 전이자 탄약고 출입시간 마감 10분전..

굳게 닫힌 3번 탄약고 문이 저 멀리 탄약고 초소에서도 들릴만큼의 굉음을 내며 쾅!! 열리더니 세 명의 간부가 닷지에 후다닥 타고 달려왔음

얼마나 급했으면 제동도 못하고 탄약고 초소를 넘어가서 내가 직접 뛰어 나가 불러세우고 닷지 뒤에 타고있던 입영 보고를 한 여중사에게 일지 작성을 요청했음

그리고 그 때 내 눈에 보인건 얼굴에 붉은 홍조가 가득할 정도로 상기된 얼굴을 한, 꽉 묶어 넘긴 앞머리에 땀방울이 흐른 흔적이 있는 옆 대대 여중사의 얼굴이었음..

그 여중사가 일지를 작성하는 동안 닷지 안을 훑어 봤는데 하사 한 명 이외에는(나머지 한명은 운전석) 2시간 반의 출입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텅 빈 닷지였음

일지에 000대대 중사 000외 2명 탄약고 정리 퇴영의 간결한 수미상관만을 남긴채 그들은 그렇게 서두르며 떠나갔음...

평소엔 그렇게 퉁명스럽고 드센 그 여중사가 왜 그날은 유독 소녀같이 멋쩍은 듯 웃으며 퇴영기록을 써줬을까...왜 운전을 하던 하사는 빨리 가야된다고 웃으며 장난스럽게 일지작성을 재촉했을까... 2시간 반 동안 탄약고 작업을 한 닷지는 왜 텅 비어있었을까...도대체 그 먼지를 감수하면서까지 탄약고 문은 왜 닫고 있던걸까....

결코 풀리지 않을 의심을 하며 애써 부정해 보았지만 그들이 떠나간 자리엔 진하고 거친 사랑의 흔적이 만연해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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