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만남

작년 가을쯤 집 근처에서 2개월쯤의 새끼냥이를 발견.

내가 냐옹 했더니 자기도 냐아아옹거리며 우리집까지 졸졸 따라옴.

변변치 못하지만 많이 드시라고 사료와 물을 접시 가득 대접했더니 반그릇 드시고 쿨하게 왔던 길로 총총 사라짐.

2. 중간 이야기

그 이후 다른 식객냥이들과 어울려 내가 차려논 밥상을 받는 것이 종종 보임. 볼 때 마다 먼저 알아보고 인사 잘함. 다른 길냥이들과 달리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었으나 신체적 접촉은 그닥 없었음.

3. 그리고 오늘

간만에 세탁기 돌리러 낮에 나갔더니 얘가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만난듯이 반갑다고 난리부르스를.. 그러더니 나는 괜찮다는데도 기어코 우리집에 가정방문을... 그리고 우리집 5장군들과 전쟁 시작..

이 집의 주인으로서 몇 번이나 휴전을 시도했으나 밤 11시 20분 현재 부상자 속출. 함께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태우며 대화를 시도해보았으나 효과없음. 밖에 두고 혼자만 들어와봤으나 방충망을 뚫고 집안으로 잠입시도. 아무래도 노숙 생활이 지겨웠는지 집냥이가 되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한 듯함.

본인이 가장 두려운 건 우리집에는 1년 내내 발정나 있는 품행이 방정치 못한 암코양이가 있다는 사실..덜덜덜...

4. 일단 내일의 계획

길냥이 답게 꼬질꼬질하나 외관상 상처나 피부병이나 기타 우려할만한 증상은 없음. 일단 내일 당장 중성화를 시킬 것임. 수술에서 회복할 때까지 돌봐야한다고 생각하나, 이 전쟁터에서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가 초의문스러움.

5. 앞으로의 계획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는 내일 수술하는 즉시 맘씨 고운 주인님과 연결되어 홈스위트홈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것.

또는,

입양처가 구해질 때 까지 이 식객을 맡아줄 아리따운 맘씨를 가진 동네언니/오빠를 만나는 것.

말 진짜 많음.

다른 애 불러도 지가 대답함.

굳이 부르지 않아도 자꾸 나한테 말 거는 데 당최 무슨 소린지..

그래도 시끄럽게 울지는 않음.

구준표 저리가야할 눈빛.

동네 암코냥이 속 좀 태웠을 듯..

쭉 뻗은 꼬리와 슬림한 바디라인.

수컷스러운 적당한 애교. 꾹꾹이 따윈 하지 않아!

다리 사이로 지나가기, 비비기

눈 마주치려고 시도하기 등등.. 

대인배의 여유.

우리집 장군들한테 일방적으로 쪼이다가도

잠시 눈을 붙이는 여유.





고양이 분양 사이트에서 그냥 보고있다가 존나웃었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