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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지스틱스(캠프) 남자 업무 후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0.222) 2024.04.22 21:47:54
조회 307 추천 8 댓글 4


21살 미필 자취거지다.
원룸 월세 내야 해서 급전이 필요했다
딸배 쿠팡 상하차 셋중에 고민하다가
쿠팡으로 갔다.
딸배는 초기비용 너무들고
상하차는 예전에 해봤는데 허리 나갈뻔해서.
쿠팡으로 정했다

어쨌든 쿠팡 지원넣고 기다렸다
사실 쿠팡도 예전에 해 보긴 했어서 그냥 별 생각 없었다

아무튼 기다리다 보니 출근확정떠서
출근했다

근무지 도착!
산도있고 나무도있고 공기가 아주 좋다

어 근데 뭔가 이상하다
풍경이 익숙치 않다.
예전에는 산이 없었는데?
나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왜...?

두리번거리다가 들어갔다
어어... 들어가 보니 더욱 익숙치 않다.

내가 뭘 잘못신청했나?
싶어 다시 폰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예전에 간 데는 센터였고
여기는 캠프였다!

나 자신 이씹새끼가 센터가 아닌 캠프 신청울 했구나!
대충 돈 많이주는걸로 때려누른 후 까먹고있어서
결국 이런 ㅂㅅ짓거리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렇게 과거에 대한 후회와 기대섞인 호승심을 품고
휴게실에서 대기했다

근데 캠프가 센터보다 남자 비중이 많더라 확실히
아무튼 큐알찍고 쿠펀치찍고 간식 비치된거 한두개 집어먹다보니
근무 시작시간이 되었다.

근무시작! 내 임무는 소분

간단히 말해 소분이란
컨베이어벨트 위를 달리는 물건들 중에서
나에게 할당된 번호가 붙은 물건을 골라와
롤테이너(개 큰 구루마같이 생겨먹은거 있다)에다 적재하는 일이다

내 번호는 202-207
202 203 204 205 206 207
이렇게 다섯 개 번호가 붙은 놈들을 컨베이어 위에서
롤테이너 위로 옮기면 된다.

처음에는 ㅈ밥같은 비니루들만 날아오길래
아 뭐야 쉽네... 하면서 열심히 날랐다

그러다 뭔가 큼직한 비니루 등장
가벼운 마음으로 쭉 잡아채는데

어...? 이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전의 놈들과는 달리 묵직하구나.
정체가 뭐지?
아! 답은 세탁세제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가뿐하다
읏차!
건방진 세탁세제놈을 206번 롤테이너로 사뿐히 밀어넣어주고
컨베이어로 복귀한다.

어 그런데
이게 뭐지?
이번에는 20키로 쌀포대님께서 컨베이어를 굴러오신다!
설마 하면서 번호를 확인하니
이런시발 202번이다

하 어쩔 수 없다
바로 힙힌지잡고 쌀포대로 데드시전했다
흡!
드... 들렸다!
그렇게 난 낑낑대며 202번 롤테이너로 달렸다

쾅!

롤테이너에 쌀포대를 적재하고 돌아선다
앞으로는 밥 먹을 때 쌀 한톨도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컨베이어로 복귀했다
이쯤 되니 등에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하 처음같은 ㅈ밥비니루들이 그리웠다
깜찍하던 비니루를 추억하며 컨베이어를 바라보는데...
???!!!
저 멀리에서 뭔가가 밀려온다!
크기부터 심상치 않은 저 위용!
아 그것은
티비였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티비.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티비여 번호를 보여라...
번호를...

번호가 보인다.
아!
시발!
202번이다

그제서야 다시 보이는 티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웅장하고 거대했다.
아름답고 위엄넘쳤다.
그 자태는 마치 황근출해병님의 거대한 기열포신과도 같았디.

하지만 네가 황근출이라면 나는 황근근출이다.
덤벼라 황근출.
난 비장한 마음으로 티비를 끌어안았다
다시 한번 힙힌지-햄스트링 장전-둔근과 전완발사!
들려라!

... 하지만 끄덕없다.

역시 황근출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힙-햄-둔전!!!
들려라!

기우뚱-
아, 움직인다.

물론 기우뚱한 건 내 몸이었다.
티비는 미동도 없었다.

아니 이 미친 쿠팡은
이 수준의 중량물을 왜 이 공정에다 넣었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컨베이어는 점점 내 구역을 지나
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대로 널 보낼 순 없다 황근출.

난 마지막으로 황근출 해병님의 포신을 부여잡고
힘껏 뽑아올렸다.

끄으응!

아 그제서야 숨겨왔던 앞모습을 보여주시는 수줍은 황해병님!
난 당신의 그 모습만을 기다려왔습니다-
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더욱 힘을 주었다.

파아아아아-
티비를 들었다.

아 해냈다.
넘쳐나는 성취감, 차오르는 안도감과 함께 난 202번으로 걸었다.
티비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어서 반쯤 기었다.
하지만 괜찮다.
난 결국 티비를 들었다.

이제 적재만 하면 이놈도 처리완료다.
설레는 마음으로 202번을 바라보는데
어 시발???
자리가 없다.
아 내가 생각없이 쳐쌓아둔 물류들이
황해병님의 자리를 빼앗고 있었다!
아 황해병님!
정말 송구하고 또 미안합니다.

급한 대로 황근출씨를 바닥에 눕혀두고
어서 자리를 마련해서
겨우 다시 올렸다.

아 결국 티비를 해결했다.
진이 쭈욱 빠지고
정신은 더 쭈우욱 빠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벽면에서 벌겋게 번쩍이는 시계로 시선을 옮긴다.

이 시발.
두 시간 십 분 지났다.
한 네시간은 구른 듯 싶었는데
실상은 겨우 그 절반 수준.

눈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저 앞에서 번득이며 구르는 컨테이너는
나의 이 짧은 절망마저 허락하지 않는구나-
저 멀리에서 쌀포대가 굴러온다.

그래, 덤벼라.
와봐라!
모조리 롤테이너로 쳐넣어주마.
목장갑에서 떨어져 나오는 저 붉은빛의 분말은
아마 나의 뜨거운 열정의 색이겠지...!

난 그렇게 작년에 봤던 슬램덩크를 떠올리며
열심히 소분 업무를 이어갔다.

다행히 티비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쌀포대가 몇 번 더 등장하긴 했지만 그 또한 요령을 익히니 쉽게 해결 가능해졌다.
얼마 후 도착한 쿠팡프레시백
얘네는 진짜 쉬웠다.
그냥 들어서 쌓으면 끝.

이제 슬슬 내 라인 옆에서 쩔쩔매는 이름 모를 친구를 살짝살짝 돕기도 하면서(이분도 캠프는 처음이라시더라)

난 그렇게 점차 소분 업무에 적응되어갔다.

세 시간이 흘렀다.
이제 슬슬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소분도 뭐 할만하군 생각이 든다.
이대로 좀만 더 존버하면 퇴근이다.
난 이로써 월세 완납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난 그렇게 비니루를 든 채로 희망에 가득 차서 달렸다.
모든 게 아름다웠다.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주황조끼의 음성이 들리기 전까지는...


***


천장은 높고, 공기는 시원했다.
야외의 봄꽃은 시선을 따라 조용히 그 자태를 빛내고 있었고,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황 조끼를 입은 그녀-
그녀가 나를 보며 외쳤다.

“거기 OO님! 파레트 적재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파레트 적재?
그게 뭐지?
뭐 티비보다 어렵겠나 하는 생각으로 쫄래쫄래 뛰어갔다.

아...
어려웠다.
어렵더라.
한 세개까지는 티비급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비교불가였다.
파레트가 어떻게 생긴거냐면
대충 체감무게는 20키로 쌀포대 정도
크기는 아마 가로세로가 1미터를 조금씩 넘을거다
이게 생각보다 무겁다.
두꺼운 플라스틱판인데
무겁기도 무겁지만 그걸 8단으로 적재해야 하는데
그게 꽤 힘들다.
아니 좀 많이 힘들다.
내가 처음이라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힘들었다.


그거 생각하니까 힘빠져서 못쓰겠다 이제
파레트 한 스무개 올리니까
허리박살날거같더라
이럴거면 ㅅㅂ 상하차를 갔지

그 뒤로도
계속해서 파레트적재
랩핑(이건 그나마 낫더라)
이상한 상자 쌓아둔거 파레트 위로 올리기
그 외에도 하차 등을 하며 부려먹히다가...

그렇게.
전신이 완전히 탈탈 털린 채로 나의 첫 쿠팡 캠프 경험은 끝이 났다.

다음날 못일어났다



세줄요약
센터가려다가 캠프감
처음엔 어려웠지만 적응되니 할만함
기껏 적응했더니 파레트와 하차로 끌려감(이건 꽤 빡셈)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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