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주는 인터넷 업체에 이력서를 보내 놓으면 구인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근데 이번 겨울은 정말 감감 무소식이네요."

가톨릭대 정경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한경림(21·여)씨는 2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밝히며 한숨을 쉬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이 \'상아탑\'이 아니라 부모의 등골을 팔아 공부한다는 뜻의 \'모골탑(母骨塔)\'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씨 역시 방학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한씨는 "보통 연말연시가 되면 일반음식점이나 기업에서 1∼2주 단위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예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인 <U>알바몬</U>이 최근 대학생 13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들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학 계획\'으로 \'아르바이트\'(46.9%)를 꼽았다. 두 번째로 꼽힌 \'어학공부\'(14.8%)보다 3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하지만 한씨처럼 상당수 대학생들은 경제 한파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 조은혜(22·여)씨는 등록금 부담 때문에 내년에는 아예 휴학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고생을 상대로 과외를 해서 용돈을 벌어 썼다는 그는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과외를 1∼2개 더 하고 싶은데, 자리가 거의 없는데다 그나마 있는 자리도 보수가 너무 낮아졌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난\'이 이처럼 심화된 것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미취업자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을 선점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익대 불문학과를 휴학 중인 정예슬(21·여)씨는 "미취업자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먼저 차지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방학 알바\'를 하고 싶으면 학기 중에 미리 구해놓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직업평론가인 연세대 김준성씨는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난은 만성적인 취업난과 맞물려 계속해서 심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의 학비나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묻지마식\' 아르바이트 찾기에 나서는 것보다는 본인의 경력을 쌓기에 알맞은 일이 무엇인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장윤선 대학생 기자(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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