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피야 미안한데 내가 다음주에 월급을 주면 안되겠니? "

사장은 분명히 나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일주일이 지나 이주일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사장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곳은 현재 텅 빈 공간이 되었다.
야반도주였다.이제서야 알았지만 사장은 이미 신용불량자인 상태였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돈에 관해선 야박했지만 일을 할 때에는 인정으로 대하던 그 사장을 믿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사장은 지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곧 있으면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그러면 우리집에는 연탄과 따스한 이불이 필요할테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중에 있는건 단돈 오천원, 이것으론 하루 한끼를 연명하기 힘들다.
다른 알바를 찾아야 할테지만 이미 수도세와 전기세가 체납되어 집엔 불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이지만 불도 안켜지는 지하단칸방인 우리집은 이미 달이 떠 있어야 할 밤이 되어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요근래 못먹은 탓인지 쇠약증까지 걸려서 나는 꼼짝없이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점점 눈꺼풀이 감겨오고 허기진 배는 연신 나의 신경을 건드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이대로 가면 나는 죽을것이란걸 알지만 내 팔,다리는 이미 누군가의 수족이 된듯 움직이지 조차 않는다.
그렇게 나는 죽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