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난 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집에서 기른 강아지 예피가 죽었을 때였다.
나는 그 당시에 그가 있었다는 것을 알진 못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예피를 땅에 묻을 때 무언가의 이질감을 느꼈던 것만은 분명하다.
두번째로 그를 만났을 때는 내가 막 17살이 되던 해였다.
고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간 장례식장에서 나는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어릴 때 느꼈던 무언가의 이질감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치 나의 그림자 인것처럼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한동안 그를 잊고 지냈다.그가 내 기억에서 차츰차츰 잊혀져 갈 때 쯤에 그는 다시 한번 내 앞에 다가왔다.
추웠던 겨울이 더욱더 춥게 느껴지던 그날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자신의 손만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고민과 고통은 말끔히 사라진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의 마음은 그의 손을 잡기를 바랐지만, 그러나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채 다시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그 이후에도 그는 이따금 나에게 찾아와 손을 내밀곤 했다.
그는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언젠가는 내가 그의 손을 잡으리란 기대하에 늘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런 그를 보며 한순간이나마 나는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결국 난 마음속으로 부정하던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를 부정하는 마음을 버리고 그 자체로서 그를 수용하기로 한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이후로 그는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물론 나는 그가 내가 허점을 보이는 바로 그 순간에 그가 날 다시 찾아올 거란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는 그를 이기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일본의 무명작가의 일기를 보고 따라한건데 적어놓고 보니깐 묘사가 별로 없다.이걸 소설이라고 봐도 될려나...
그나저나 예피 똥개로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