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꿀보직 운전병들 존나 많지만
우리 중대는 확실히 비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업무를 했다.

계절따라 비행시작시간도 달라지고, 그날 야간비행이 있는지에 따라 또 달라지지만 야간비행이 있는날에도 해뜨는시간(Fade in)이 빠르면 거의 조조+야간비행 같은 괴랄한 비행스케쥴을 소화해내야했을때도 있다.

야간비행 있는 겨울 날을 기준으로 일병시절 일과를 써보겠다.
내 보직은 중형버스-조종사출동차량 운전병 이었다.

0500 기상, 온수보일러를 켜고 20분내로 샤워후 환복.  

0530 전화로 수송대대 일직사관에게 출근보고 후 오늘 내가 쓸 차량 예열 및 일일검사 실시. 서리내린거 주걱으로 일일이 긁어내야했다. 개똥차라서 그날씨에 난방 제대로 돌려면 한시간이상 시동을 켜놔야했고 제대로 도는 차량도 서리를 난방만으로 녹이려면 햇볕없이는 무리다. 경유차라 예열도 해야됐다. 안그래도 개똥차인데 갑자기 방전되서 점프라도 뛰어야하는날엔 선임들 다깨워서 난리펴야했다. 존나 추우니 이미 전역한 선임한테 물려받은 정비파카를 입는다. 군복은 몇벌을 입어도 추웠다만 정비파카만큼은 왜그리 따뜻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0540 비행대대로 차를몰고 출근한다. 비행대대 장구반에 도착해서 보일러를 켜고 필요한 장구를 챙긴다. 시간이 넉넉하면 육개장에 물붓고 먹으면서 인트라넷을 했었다.

0550 조종사들이 사는 관사에서 오늘자 5대기 들어가는(공군에서는 전투기로 5대기를 한다) 조종사를 태워서 라인내로 출근시킨다. 간혹 아침에 못일어나는 조종사들은 내가 직접 관사로 들어가서 깨워주기도 했다. 운전병한테 자기가 못일어난다고 보험이라도 들어놨으면 모를까 전화를 걸어도 안받고 관사 문도 잠겨있으면 5대기 최고참 조종사한테 전화해서 지시받아서 일단은 다른 조종사를 땜빵으로 집어넣었다. 나중에 못일어났던 조종사는 하루종일 털리더라.

0620 그렇게 출근 다시켜주고 비행대대로 돌아가서 비행스케줄을 보고 차량스케줄을 대충 짠다. 대충짜야된다. 자세하게 짜봤자 비행스케줄은 하루에 적으면 두세번씩 바뀐다. 가끔 아침에가면 비행스케줄이 아직 안짜여져있을때도 있는데 작전계에 눌러앉아서 빨리 스케줄 내놓으라고 CQ들한테 땡깡부리고 있으면 대부분은 해결됐다ㅋㅋㅋㅋ

0700 가끔 야비주인데도 첫비행이 존나빨라서 실제 출근시간보다 더 이른시간에 브리핑을 해야되는 경우가 있다. 첫비편조를 일찍 출근시켜주거나 DO장교(D.I.O가 아니다)가 자차가 없으면 운전병보고 출근차를 대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사람들 출근차를 대준다.

0720 총각조종사들은 집에 밥해줄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아침에 장교식당에서 밥먹고 출근한다. 0720에 태워서 장교식당에 내려준후 식당에서 차에 난방돌려놓고 대기하다가 태워서 대대로 간다.

0800 출근차업무를 마치고 밥먹으러 갔던 선임이 돌아오면 그때서야 밥먹으러 갔다. 라인내에서 근무하는 우리중대는 병사식당이 존나 멀고 근무여건상 배식시간내로 가서 먹기 힘들다는 이유로 병사식당에서 이동배식을 타와서 라인내 우리 중대건물에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서 먹었다. 아직 근무를 덜배워서 할줄아는게 차량점검과 사역밖에 없는 막내들이 그 전에 설거지를 해버리면 다 식판위에 식판으로 덮인 다식은 도시락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게 존나 서러워서 특수근무자 증식으로 중대에 쌓여있는 라면 존나 끓여먹었는데 우리중대에 와서 10키로 이상 안찐 사람이 없는게 이때문인것같다.

0830 밥먹고 돌아와서는 비행스케줄따라서 조종사들을 여기저기 실어나른다. 가끔 비행대대 신병이 왔다거나 비행대대 증식 받으러간다거나... 비행대대 쓰레기배출을 도와준다던가.. 보통 타대대들은 전부 1톤봉고를 한대씩 갖고있는데 비행대대는 우리 조출차량이 있다는 이유로 1톤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난 수송대대가 아니라 비행대대 소속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비행대대에 의해서 부려먹혀진다.

일과중에 DO장교에게 보고만 제대로 하고 비행스케줄이 없는 시간대만 피하면 어딜 다녀와도 상관이 없었다. 차몰고 BX를 간다거나 이발을 하고온다거나 하다못해 밥먹으러 간다거나. 수송대대 주임원사나 대대장보다 비행대대 파워가 쎘는지 근무때문에 휴가보고를 못간다고 하면 휴가보고(라 쓰고 두발검사로 읽는다)를 씹을수 있었다.

일과중에 빡셀때는 운전병을 갈아넣다시피 해서 굴려지는데 비라던가 갓 해무님이라도 오시는날엔 장구반 쇼파에 앉아서 까까라도 펼쳐놓고 장구병이랑 노가리를 까거나 하루종일 인트라넷을 만질수 있었다. 아 장구병 보고싶다.

1730 해가졌다. 아침에 라인내로 출근시켰던 조종사들(이미 세네번정도 교체되었다.)을 대대로 데리고 돌아온다.

1800 야간비행없는 조종사들은 퇴근하고 야비 있는 조종사들은 남는다. 퇴근차 대주고 돌아오면 야간비행 스케줄이 남아있다. 사실 병들의 일과시간은 끝났기때문에 훈련기간만 아니면 체련복으로 환복후 근무가 가능하다. 퇴근차가 끝나고 야비중에 시간이 비는시간을 골라서 중대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비행대대로 복귀했다.

2030 비어콜. 아마 대부분의 비행대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알고있다. 퇴근했던 조종사들이 사복차림으로, 이번엔 자차도 안가지고 다시 비행대대로 복귀한다. 그리고 술판을 벌인다. 애꿎은 직감CQ만 설거지로 죽어난다. 그리고 나도 죽어난다. 자차를 안가지고오니 차량은 15인승인데 20명이고 다 구겨서 탄다. 심지어 이새끼들 야비도 안끝났는데 술판시작한다.

2100 야비가 끝났다. 야비가 끝났는데 조종사들이 퇴근을 안한다. 운전병 퇴근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눈치보다가 적당히 퇴근한다. 사지방 이용시간은 진즉에 끝났고 돌아가면 청소후 점호준비다... 산재생활관이라 대충 끝내놓고 티비틀고 논다.

2150 야간점호.
2230 소등 및 취침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는 개뿔,

2300 술취해서 꼬부라진 조종사들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운전벼어어엉!! 우리 퇴근차좀 대줘!!!!"
씨발. 존나 너무하는거 아니냐. 근데 23시면 빠른거고 가끔 00시 지나서 집에간다고 차부르는 놈들도 있다. 또 가끔은 01시에 전화해서 "내일 나 출근차 몇시야?"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사실상 조종사들 전용의 영내 간부택시.

영내에서 자기 맘대로 언제나 타고다닐수 있다는 차가 자기 앞으로 배정된다는 점을 빼면 영내운전만으로 영외로 뺑이치는 애들만큼 운행계기를 찍을정도로 굴려진다.


이 외에 운전병의 라인내 근무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니까 질문 받는다. 같은 중대라서 항공기견인차 근무에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