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위력행사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군 상병 황모씨(22)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황씨는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면서 같은 생활관에서 근무하던 동기 A씨를 이유없이 걷어차는 등 95회에 걸쳐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씨는 억지로 A씨의 입을 벌려 콜라 1L를 전부 마시게 했다. A씨가 "그만 마시면 안 되냐"고 했지만 황씨는 멈추지 않았다. 또 "때리는 것 대신 입에 넣어준다"며 5일 동안 A씨 입에 가글액을 들이부었다.

황씨는 A씨가 종교행사에 참석하려 하자 "식충", "쓰레기" 라고 하는 등 81회에 걸쳐 폭언도 했다. 특히 A씨 집이 경기 북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북한 빨갱이 XX들", "전쟁나면 10분 안에 사라지는 곳", "너희 부모님이 불쌍하다"라고 모욕했다.

황씨는 A씨를 생활관 관물함에 밀어넣거나 다른 동기들 앞에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A씨는 불면, 불안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1심은 황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황씨의 학대 때문이라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항상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황씨가 한 구타행위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각 행위만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발생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심은 황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황씨의 학대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초래한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무기록사본에 의하면 A씨는 TV에 군대 관련 내용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며 "A씨를 진찰한 의사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황씨 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원인이 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씨는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며 "자신의 폭행으로 A씨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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