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통교 있었을때는 2011년 1월 쯤이야. 한겨울이었지

정통교 교육과정중에서도 30010(전산)특기가 교육과정이 제일 긴데 (그 땐 5주였나) 설날 시즌이랑 겹쳐서 사실상 7주동안 정통교에 있게 됐어.

교육과정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보니까 정통교에 우리 특기빼고 전부 자대배치 받게어서 약 50여명의 병사 +조교들만 정통교에 남게 되었지.

정통교 건물이 'ㄷ' 형태로 되어있어서 가운데는 사무실들하고 사관실 같은거 있고 좌 우에 생활관이 있는 형태야. 왼쪽엔 우리기수가, 오른쪽엔

선임기수가 썼어. 우리 50명이 2층짜리 건물에 왼쪽 아래를 쓰고 왼쪽 위엔 조교들 살고있었는데  애들 다 자대 배치받으니까 'ㄷ'자 오른쪽엔 아무도 없이 텅텅 비게 되었어

정통교 출신들은 알겠지만, 불침번설때 동초 입초로 나뉘어져서 ㄷ자 가운데 1층 사관실앞에 입초가 서고 동초는 돌아다니면서 생활관 파악하다가

적당히 2층 카메라 없는곳에서 짱박혀서 2시간을 보내지.

근데 이 불침번이 사람이 적어지니까 그냥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여버렸음. 안그럼 불침번 순번이 너무 빨리 돌아왔거든.

쩄든 겨울에 불침번이 해야 할일이 있었는데 동초가 생활관 체크할 때 생활관 온도를 장부에 적는거랑 새벽 5시쯤? 정확하게 기억안나는데

건물 밖에 있는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보일러 스위치를 켜야하는 일이 있었어

근데 이 생활관 온도 적는게 좀 짱나는게 아무도 없는 생활관이면 온도를 적을 필요가 없잖아? 관리할필요가 없으니까. 근데 그걸 계속 적게했음

빠가같이 보일러도 사람없는 생활관까지 다 떼게 되어있어서 어차피 온도가 크게 차이 안났거든

그래서 애들이 꾀를써서 대충 사람있는 생활관만 온도를 제대로 적고, 그거 기준으로 나머지 생활관들 온도를 1,2도쯤 낮춰서 대충 적기 시작했어.

어차피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보일러 껐다 키는거랑 달리 안했다고티도 안나니까.

사실 귀찮기도 했고, 건물이 텅텅비다보니 좀 음산해서 무섭기도 해서 그 쪽(사람 없는쪾)으로는 순찰도 제대로 안돌았거든. 나도 그랬고

그런데 어느날 청소하다가 보니까 사람 아무도 없는 생활관 온도계가 깨져있는게 발견된거야.

발견한 애는 사관한테 보고를 했고, 사관이 온도계를 들고와서 새 걸 달았어.

문제는 그 전날 불침번 애들이 다 온도를 가라로 적었었다는거지. 사관이 불침번 초번부터 싹 불러다가 온도계 체크할때 별 이상 없었냐고 물었고

불침번 말번이 (물론 거짓말이지만) 자기가 체크했을때까진 안깨져있다고 대답했어. 다행히 사관이 별 말 안하고 넘어갔지.

그리고 그 다음날 불침번때 사건이 생겼는데, 그 온도계가 깨진 생활관에서 비상벨이 울린거야.

통교는 생활관마다 긴급 상황에 누를 수 있는 벨같은 게 있어서 그게 눌리면 사관실에 연락이 가거든? 사관이 깜짝놀라서 불침번 불러다가

그 생활관에 가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지. 애초에 그 쪽으로 얼씬할 일도 없었으니까. 정통교 사관실엔 복도마다 카메라 있어서 그걸로 복도에

누가 지나다니는지 볼 수 있는데, 카메라 보던 사관도(졸았었다고 해도 벨눌리자마자 깨서 카메라 화면을 봤을테니) 불침번도 아무도 못본거야.

그리고 이 얘기가 다음날 저녁 먹고서 애들한테 퍼졌어

애들끼리 새벽에 그 생활관에 간 사람 있었냐고 물었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턱이 있나. 다들 좀 찝찝한 기분으로 넘어갔지

그 일이 있은지 며칠쯤 더 되서 도서관에서 무슨 자대관련 서류같은걸 쓰고 나오니까 공식적으로 특기학교에서 진행할 모든 일들이 다 끝났어

조교들도 이제 다 끝났으니까 애들하고도 농담따먹는 그런 분위기가 됐지. 조교중에 상병때 하사로 전직한 조교가 있었는데 그 조교가

애들 서류 다 쓰고 복도에 앉아서 대기타는데 뜬금 "지금까지 궁금했던거 다 질문해봐"했어. 분위기 훈훈하니까 애들이 자대정보서부터

훈육관(당시 양모상사)님 정말 밀덕후신가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질문하면서 서로 낄낄댔지. 대충 질문 다 마무리되고 그 조교가 얘기를 해줬는데

얼마전에 11비로 자대배치받은 우리특기 선임 하나가 자살을 했다는거야. 애가 자살하니까 특기학교때 무슨 문제없었는지 알아보려고 특기학교에도 연락이 되서 조교 귀에 들어간거지. 조교말로는 밝고 말 많고 아무 문제 없는 애였었대. 자기도 아직 기억하고 있고.

그러면서 어차피 이병은 한순간이니까 너네는 제발 자살하지 말라 뭐 이런 식으로 우릴 좀 다독이고 얘기를 끝마쳤어.

그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다가 우리 아랫기수가 들어오게 되고, 다시 정통교가 북적거리게 되었을때즈음에 우리 탁구치는데 놀러온 그 조교한테

넌지시 물어봤지. 그 선임기수가 쓰던 생활관이 어디냐고. 조교가 알려준 호실은 물론 그 생활관이었어.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니까 나도 동기들도 별 얘기는 안하고 잊고 살다가 벌써 전역한지가 2년이 다되가네.

그냥 덥다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글써봄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