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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이 현역들에게 해주고싶은 말 (긴글주의)

709(58.142) 2014.06.07 20:29:37
조회 3386 추천 6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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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예비역으로서 군생활 한창이거나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제 입대할 짬찌들에게 내 경험들이나

하고싶은 말해주고싶어서

이렇게 글 써본다.

 

 우선 난 되게 예전부터 군대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어, 내가 군대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너무도 무거운 짐이었고, 무조건 빨리

끝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입대를 했는데, 훈련소나 특기학교는 어떻게 견뎠는 지몰라도 탈 없이 수료하고, 자대를 갔는데, 정말 너무

무섭더라고, 난 예전부터 군대하면 그 tv에 나오는 악폐습같은 느낌? 그런 이미지가 강해서 진짜 두려움 그 자체였어.

 

 그렇게 자대배속받고 대기신병기간일 땐 되게 좋았어, 침상도 아니고 침대고, 시설도 생각보다 좋아서. 근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소속에 배속되는

시간이 올수록 다시 또 무서워지더라고, 그렇게 배속날이 되고, 일과가 끝나고 맞선임이 날 데리러왔고, 소속으로 가서 짐을 풀고 이런 저런

얘기듣는데, 생각보다 다들 잘해주고, 친절해서 좀 놀랐어. 내가 예상했던 군대의 느낌이 아니더라고, 근데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난 그냥 내가

군대에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긴장하고 벽을 만들었었어. 선임이랑 같이 있고, 얘기하는 거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웠어. (나중에 얘기들어보니까

선임들이 나를 많이 걱정했다고하더라고.)

 

 그리고 첫 휴가를 나갔는데, 약복입고 지하철에 있는데, 문득 너무 슬프더라, 분명 사회에 나와있는데, 저 수많은 사람들과 나는 너무 다르고,

나혼자만 붕떠있는 느낌? 어떻게 해도 나는 그들과 섞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사복이 아닌 나를 힐끔 보는 느낌이나 난 몇시간 후에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서 스스로 좀 주눅이 되었어.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무언가를 하고나면 의식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시계, 그 시간들이 왜 그렇게 짧던지, 복귀전날 밤 짐을 싸는데, 가방 속으로 물건을 넣는 내 손이 너무 무거웠어. 왜, 내가 왜 다시

돌아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다시 돌아가서 막내로서 해야하고 느껴야할 부담감들로 정말 속상했지. 근데 별 수 있어? 다음날 엄마에겐 아무렇지않은 척 하고, 집을 나섰고, 다시 돌아갔어.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들.. 일 배우고, 혼나고, 털리고, 강제체련하고, 청소하고, 씻고 자고. 아침 또 다시 반복.

 그 당시엔 내가 여전히 스스로 겁먹고 있어서 일에서도 찐빠도 많이내고해서 영외자한테 엄청 혼나고, 그런 거 때문에 진짜 웃질 않았던 거 같다.

내 기억으론 일병 3, 4호봉까지그랬던 거같다.

 

 부대생활하면서 정기외박을 주기적으로 나가는데, 나갈때마다 핸드폰엔 번호는 많은데, 정작 쉽게 연락할 사람은 몇없는 거야.연락을 해서 만나기

참 애매하더라고, 그래서 아 입대하기 전에 대인관계 신경좀 쓸걸.. 친구좀 더 사귀어놀걸싶더라. 가를 나가도 여전히 나는 다른 세상에서 잠깐

와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않았고, 아무리 사복을 빼입어도, 머리를 만져도, 비비를 발라봐도, 누가봐도 군인인 내 모습이 너무 싫었고,

점점 이 사회와 멀어진다는 느낌과 어차피 기를 써도 또다시 복귀해야한다는 것도 나를 힘들게 했지.

 

 들어와서도 나는 여전히 다크했는데, 그러다 중간에 첫 후임받고나선 걔한테 틈을 보이면 안 되니까 스스로 마음 다잡으니까 일도 조금씩 손에

익고, 또 점점 부대와 생활에 적응해나갔어. 그러다가 선임따라서 체단실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다보니까 내 자신이 어느 순간 완전히

달라진거야. 우울해보이는 것도 없어지고, 행동도 밝아지고. 흔히 말하는 일말상초때, 완전히 달라진 마인드로 생활을 하니까 시간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지고, 부대에서 생활도 익숙하고.. 그때부터 관심있던 거 공부도 조금씩 해나가면서. 근데 안에서 공부는 참 쉽지가않더라.

다들 자유시간많아서 공군을 지원했다지만, 그 주어진 자유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참 힘들더라고.. 똥같은 업무, 귀찮게 하는 주임원사단, 그리고

부대에 익숙해지는 것과 별개인 영내생활의 빡침들. 퇴근하고나면 일 때문에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받고 하는데, 그러고나서 면학실에 박혀서

공부를 한다는 게, 내가 여기에서까지 이렇게 해야해? 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어. 그런 것으로 인해서 내 스스로 변경거리를 만들어서 공부를 안 했던 거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백번 변명일 뿐이지. 그나마 운동은 머리를 안 쓰니까 그리고 투자하는 것만큼 보여지니까 꾸준히 하게되더라고.

운동하고 음악듣는 게 내 낙이었던 거같아. 그리고 어느순간엔 전역에 대한 갈망이 없어졌어. 그리고 휴가나가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고, 다른 것에

신경을 돌리니까 그렇게 된 거 같아.

 그렇게 점점 짬이 차서, 상병이 지나고 병장이 되고, 어느덧 전역할 즈음에 됐는데, 이때 고민들이 예전에 나가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로 다가왔어. 정말 불과 몇 달 뒷면 나가서 등록금 벌어야하고, 복학할 생각하니까 참 갑갑하더라.

 일병이나 상병 때도 똑같은 고민했는데, 그땐 그래, 나가면 뭐든 다 되겠지싶었는데, 막상 고민이 현실로 다가오니까 정말 가슴이 답답하더라고.

 

 그리고 선임들 한명한명 나가서 자기가 왕고나 투고정도되면 정말 외롭다. 1~2년동안 같이 살고 정들었던 선임들 다 나가면 뭔가 좀 허하고 많이

외로울 거다. 후임들이랑도 잘 지내서 말년에 외롭지않길, 뭐 요샌 다 동기생활관이니까 동기랑 더 친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같이 일하면서

정드는 게  진짜니까. 그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한 군생활을 뒤로하고, 전역을 했는데, 전역 전날이나 당알에도 진짜 아무 느낌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어. 난 전역날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기쁜날일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까 진짜 좀 허무하더라. 사실 우리가 2년간 군생활을 하는 게,

그렇게 해야 전역을 하는 거지 애초에 전역을 하려고 입대해서 군복무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그런지 아, 내가 지금 이렇게 전역하려고 2년간

고생한 건가싶기도하고, 많이 허무했어. 그리고 지금은 전역한 지 6개월정도 됐는데, 말년즈음에 했던 고민들을 현실로 체험하니까 그때랑 또

비교하기 힘들만큼 답답하다.

 뭐 어떻게, 그래도 살아야지. 난 밖에서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안에서 재밌었던 일들이 많이 생각나고그런다.

 

 내가 꼭 하고싶은 말은, 본인이 군대에 와있고, 군인이고, 또 전역이 너무 멀었고, 하지 못하고 있어서 스트레스받고 고민하는 건 누구도 다르지않고, 다 똑같아. 고민이란 건 생산적일 때 나름 가치가 있는데, 그런 고민은 해봤자 본인만 손해잖아? 해결책도 없을뿐더러, 시간만 더 안 가고.

걍 받아들이고 다른 것에 마음을 뒀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억지로 뭔가해보려고 하면 오히려 더 반감드니까 자연스럽게 흥미붙을 거리를 찾아라.

나도 그렇게하니까 어느순간 시간에 대해 해탈했어. 지금 하는 고민이 정말 큰 고민이고,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겠지만, 전역하고 보면 그때가

참 좋을 때인 건 분명해. 지금은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 그때 하는 고민과 전역할 즈음이나 나와서 고민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현역들은

뭔 개소리야싶겠지만, 정말 그때가 좋을 때야. 전역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입대 하기 전에 사회에 있는 거랑 입대 후 사회에 있는 건

책임감과 부담감이 하늘과 땅차이야.

 결국 입대를 하면 누구든 전역을 하게된다. 또한 시간도 누구에게나 똑같고, 다만 본인이 받아들이는 대로 시간이 빨리 갈 수도, 아닐 수도있는 거지.

어차피 해야할 거면, 즐겁해 하는 게 낫잖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서 지내면 시간은 더 잘 갈테니까.

 

 그리고 난 너네들에게 나중에 돌아봤을 때 군생활 2년이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어. 2년이라는 시간이 짧지않은 시간인데, 이 기간이 떠올리기도

싫을만큼 끔찍하다면 너무 슬프지않냐?? 인터넷에서 군대 생각하기도 싫다라고 하는 사람들보면 좀 안타깝던데, 그래도 전역하고, 군대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그때 그래서 좋았지, 재밌었지라고 생각할 정도면 좋을 것같다. 나 현역 때 참 개같은 일 많이 겪었고, 나름 고생했지만, 즐겁고

재밌었던 일들이 더 커서 그런지 나에게 군대라는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물론 군생활 할 때 영외자나 꼽창한테 수없이 데인 사람은 나와서도 군대 돌이켜보지도 않긴하더라. 근데 특정 인물이나 어떤 것 하나로 2년이랑

시간 전체가 다 최악으로 기억되면 너한테만 손해인 거 같다. 그렇게 힘들어도, 뭔가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그래서 필요한 거 같아.

그냥 아 시간 언제가, 제발 전역시켜줘하다가 전역하는 거랑 즐겁게 지내다가 전역하는 거, 후자가 낫지않냐? 아마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도 차이가

크겠지.

 너넨는 언젠가 반드시 사회로 돌아가게되어있어. 평생 군대에 있는 게 아니라 잠시동안 있는 거야. 신분자체가 다르니까 휴가나가서 밖에 있을 때

느끼는 이질감도 당연한거고, 그러니까 사회에 대한 미련같은 건 그 동안 접어두고, 영내에서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너네들 덕분에 민간인들이 편히 산다는 거 잊지말고, 몸 건강하게 전역하길 바란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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