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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상초가 버티기 힘든 것 같다(솔로주의)

730(221.163) 2014.06.05 13:40:47
조회 3506 추천 44 댓글 17

이제 갓 상병단 30기다.

 

휴가 나와 있는데 만나줄 사람들도 없고 해서 쓸쓸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한달 전쯤인 일말 시절, 부서에 앉아있는데 전역 얼마 안남은 병장이 갑자기

 

"너 외롭지 않냐?" 이러더라

 

그래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물어봤더니

 

"내가 니맘때쯤이었을 때 엄청 외로웠었거든ㅋ 넌 안그러냐"이러더라고.

 

그 때는 그냥 ㅎㅎ 이러면서 웃어 넘겼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더라.

 

불끄고 누워있어도 계속 생각나고,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진짜 외롭더라고.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일말~상초 단계는 딱 과도기적인 단계임.

 

아직 짬찼다고 하기엔 후임보다 선임이 많고, 여전히 눈치봐가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시기지만

 

이제 어느 정도 후임도 들어와서 잡일 안해도 되고

 

슬슬 업무 요령도 생기고 부대 돌아가는 사정도 눈에 들어고 어느 정도는 편해지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하지.

 

굳이 말하자면 이제 진짜로 군생활에 조금씩 적응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웃긴게 뭐냐면, 군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갈수록 사회와는 조금씩 멀어진다는 점이지 ㅋㅋㅋㅋㅋ

 

뭔가 부대에서 조금씩 살만해질수록 밖에 나오면 뭔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때 쯤되면 인간관계가 조금씩 끊기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음.

 

대부분 대학 한학기~ 1년 정도만 하고 입대하잖아?

 

일 이병시절 땐 2박 3일 외박나오면 친구들, 학교 선후배들 만나서 술도 한잔 기울이고,

 

그렇게 놀다보면 2.3초라는 시간이 참 야속할 정도로 빨리 흘러가서 아쉽고 그랬는데,

 

입대하고 근 일년 가까이 지나니까 인간관계가 어느정도 떨어져 나가더라.

 

아무래도 6주마다 나가서 몇번 보다보니 귀찮기도하고, 과제다 시험이다 알바다 각자 살길이 바쁘다보니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가더라고. 나가서 연락을 해도 자주 나오니까 다음에 보잔 식의 거절도 많아지고

 

그렇게 몇번 거절당하다보면 이제 눈치가 보여서 선뜻 먼저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어렵게 어렵게 만나더라도 다들 피곤하게 사는 것 하소연하기 바쁘고, 밖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느낌?

 

안에서 그렇게 갈망하는 전역 후의 사회생활도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구나 하는 생각에 더 답답해지고

 

힘들게 2년 나라지키다 왔는데 돌아오는게 복학생 아저씨의 아싸라이프라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나도 이런거 하소연하고 싶은데 누가 그런 얘기 듣고 싶어 하겠냐.

 

얘기 꺼내봤자 되려 남들 다 겪는 군생활인데 왜 너만 생색이냐하는 핀잔만 듣지.

 

전역한 사람들은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회상이나 하고...ㅋㅋㅋㅋ

 

후회도 많이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군대 가기전에 사람들 좀 많이 사귈걸, 친구 좀 만들걸

 

근데 되려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귀어도 기껏해야 1년 남짓, 이맘 때 쯤에는 다 떨어질 것 같은데

 

그럼 더 비참할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더라.

 

여자친구 있는 놈들도 귀신처럼 일말상초 때 헤어지고 그러는 거 보면

 

여자친구 만드는 것도 해답은 아닌 거 같고(그래도 있는게 백배 남 천배 남)

 

이번에 3박 4일로 휴가 나왔는데 나오면서도 참 막막하더라. 나가서 뭐하지...

 

이 생각에 즐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에 있는건 죽어도 싫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나와보니 연락할 곳이 마땅히 없더라. 동창 친구놈들은 다 군대 가있거나

 

전역해서 알바하기 바쁘고, 대학교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단톡방에 나왔다고 톡해도 또 나왔냐는 시큰둥한 반응뿐이고 페이스북에 글써도 아무 호응도 없고

 

와, 진짜 새삼스럽게 외롭더라.

 

내가 그렇게 사회생활을 못한거 같지는 않은데,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다니다 온 거 같은데

 

내가 이상한건가하는 자괴감만 들고 하루종일 의미없이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페이스북 들락날락하고

 

그래봤자 연락올 데도 없는데.... 더 비참해지기만 하고 이게 뭔가 싶더라.

 

복귀할 생각에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하는 것 없이 시간만 흐르고 ㅋㅋㅋㅋㅋㅋㅋ

 

기껏 용기내서 몇명한테 연락해봐도 성과는 없고 괜히 연락했다는 후회만 들고

 

결국 이렇게 공갤에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다.

 

아, 전역하고 싶다.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녹아든 이와 같은 번뇌와 갈등을

 

얼마나 이겨내야 전역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반도 못했는데...

 

안에 있는건 싫고 밖에 나와도 할게 없는 이 과도기의 딜레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단계를 지나면

 

이제 부대에서의 삶이 더 편해지는 시기가 올까? 그건 죽어도 싫은데....

 

군대는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끔찍하고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곳을 아름답게 추억할 정도로 사회가 험난하다는 사실을 믿기 싫은게 첫째고

 

둘째는 군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지. 귀찮고 귀찮고 귀찮다

 

그리고 슬프다. 나만 빼고 모두가 바쁜 이 일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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