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팬텀\'이란 것 아나?"
"팬텀이라니, 그게 뭔데……?"
"맥도날다굴라수(脈道捺多屈羅水)에서 멀티롤 파이터로 내 놓는 전투기 말이야. \'팬텀(Phantom)\'이라고 쓰지."
"완전 회색으로 도장된 그거 말이지, 그게 멀티롤이던가?"
"멀티롤이지. 비록 한낱 구형일망정, 나는 그 팬텀을 대할 때마다, 화이바를 벗고 거수경례라도 하고 싶어지거든……."
"그건 또 왜?"
"내가 존경하는 전투기니까……."
"존경이라니……, 존경할 전투기란 것도 있나?"
"있고말고. 내 얘기를 들어 보면 자네도 동감일 걸세. 월남전때나 썼던 구형을 ICE패키지다 뭐다 해서 어느정도 개수를 하거든……. 한 몇 달쯤 지난 뒤에 개수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재도색을 해서 각 비행단에 재배치하는 건데, 겉보기엔 그냥 구형 전투기같지만, 업그레이드 패키지 외에 스트라이크 이글처럼 기체를 60%이상 재설계 하는 것은 아니라네."
"팬텀기에 대한 조예가 매우 소상하신데……."
"아니야, 나도 그 이상은 잘 모르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야. 개수를 마친 팬텀은 겉보기엔 구닥다리 골동품같지만, 한 번 초계비행을 다녀오면 그 성능(性能 -기계가 지닌 성질이나 기능)이 기막히거든. 톰캣(수코양이)이나 이글처럼 고급 전투기 축에는 못 들어가도, 인터셉트용으로는 그만이지……."
"그래서 존경을 한다는 건가?"
"아니야, 생각을 해 보라고. 60년대 구형 전투기를 자칫 잘못 개수하면, 돈삽질로 계획이 무산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스펙이 되지 않나……. 그런데 업글 결과 예산낭비도 아니었고, 스펙도 요즘 전투기 못지않게 안정적이고, 독자의 성능을 지닌 팬텀으로 화생(化生-구식 기체를 개수함)한다는 거, 이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 허다한 값나가는 전투기를 제쳐 두고, 내가 팬텀 앞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는 연유가 바로 이것일세."
"그럴싸한 얘기로구먼. 돈삽질도 아니고, 안정적인 스펙이라……?"
"그저 스펙만 안정적인 게 아니라, 기체 디자인에서 풍기는 말 못 할 풍미를 볼 수 있다는 거,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지……. 남들은 나를 조종이나 좀 하는 파일럿으로 치부하지만, 조종간 한자루로 살아 왔다면서, 나는 한 번도 팬텀만한 공중사격을 해 본 적이 없다네. \'조종사질 잘해서 짬밥 십 년 이면 말똥 (말똥-즉 소령 계급)단다.\'는 소리도 있는데, 매번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나갈 때마다 공사에서 조종교관한테 개갈굼 당하는 조종특기 사관생도마냥 긴장을 해야 하다니, 망발도 이만저만이지……."
"초심불망(初心不忘-처음에 먹은 마음을 잊지 않는다)이라지 않아……. 늙어 죽도록 사관생도일 수만 있다면 오죽 좋을까 ……."
"그런 건 좋게 하는 말이고, 잘라 말해서, 팬텀만큼도 조종스킬이 원숙해지지 않는다는 거야……. 이왕 CAS(근접공중지원)라도 하려면, 하다못해 팬텀 급수(級數)는 돼야겠는데……."
"퇴역해야 할 것이 퇴역하지 않고, 현대화 개수로 거듭난다는 거, 멋있는 얘기로구먼.
<<출처 항공갤>>
참고: 글쓴이가 미국이 쓰다가 준 팬텀을 국내에 들여왔기 때문에 개수를 했다고 표현했는 듯 한데, 독일 공군은 팬텀을 업그레이드해서 썼지만 우리군은 업그레이드를 하진 않았음. 그러면서 기체 수명의 한도를 넘게 씀.
11비, 17비, 10비에서 혹사당한 F-4D/E의
조종사/정비사/지원 요원들의 고생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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