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글 보니까 생각이 난다

작은 곳이어서 동기 생활관이 아니었던 우리 생활관에는

게이 선임과 색마 선임이 있었다

게이 선임은 신병들이 오면 잘생기고 호리호리한 애를 물색하다가

맘에 드는 애를 찾아내 그 애한테 대화를 시도하고 챙겨주기 시작한다

표적이 된 후임은 게이의 마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게이 선임을 따라

BX도 다니고 도서실 책도 같이 보면서 화기애애해지다가

점점 더 게이 선임의 마계 공간으로 빠져서 밀착되어갔다

어느샌가 바로 옆에 앉아서 허벅지 위에 손이 올라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샤워실에서 씻고 있으면 먹이 후임과 게이 선임이 들어와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샴푸를 같이 쓰다가

후임 머리카락을 감겨주려는 듯 쓰담하기도 했다

후임 뒤편에 선 게이 선임의 우람한 대포는 들렁들렁 꿈틀거렸고

샤워실에 먼저 들어와있던 나와 동기는 얼른 행구고 탈출해버렸다

색마 선임은 전형적인 또라이로 다행히 여자에 굶주린 자였다

색마 선임은 끊임없이 여자 사진을 돌려보며

후임들에게 음탕한 말과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밑에 손을 넣고 벅벅 긁으면서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함께

즐기고 웃는 것이 삶의 낙인 듯 했다

전혀 즐겁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았지만 기수가 벼슬인 곳에서

우리는 그 색마의 거지 같은 담론에 억지로 참여해야했다

색마와 상대하기도 싫었던 다른 정상적인 선임들은 생활관을 옮겼지만

나머지는 색마가 전역할 때까지 귀에 고름이 생기고 뇌에서

개같은 그림이 그려지는걸 막을 수 없었다

게이와 색마는 때때로 그들만의 철학을 논했다

남자와 여자를 탐닉하는 즐거움과 서로의 방법에 대해

그들은 분야가 달랐지만 그 본질은 같아서 서로 잘 어울렸다

그러나 색마 선임은 전역할 때까지 게이 선임이 자신을 노렸다는걸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