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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잡담 #2. 힘든 거.

멀티-_-(124.199) 2008.03.30 13:41:25
조회 1024 추천 0 댓글 1

바보 님의 말:
공부하면서 제일 힘들던 건 뭐냐.
멀티-_- 님의 말:
음.... 고기 못먹는 거?
바보 님의 말:
고기라면 충분히 공급되지 않나. 고시식당 월식에서도.
멀티-_- 님의 말:
음, 하긴 그건 그렇다. 그럼... 섹스?
바보 님의 말:
음... 그것도 그렇긴 하겠네.
멀티-_- 님의 말:
어. 무슨 요새 고시보시는 85~88 뭐 이런 광렙 플레이어들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아무래도 성욕이라는 건 난 경험이나 일정한 자극들을 받은 이후에는 이게 비가역적이라고 생각하거든. 나이가 많을 수록 자극이나 경험에 노출되기 쉽고, 그럼 뭐, 되돌아갈 수 없는 거지 -_-;;
바보 님의 말:
ㅋㅋㅋㅋㅋ 그래서 어릴 때 공부하라고들 하잖아.
멀티-_- 님의 말:
어.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 수기에 나온 것 처럼 아예 결혼이나 뭐 그런 조치를 취하거나.
바보 님의 말:
그 분은 수기도 간지야 -_-;;
멀티-_- 님의 말:
인정 (.......) 전직 영부인 분하고의 얘기들 보면 좀 (.....)
바보 님의 말:
ㅋㅋㅋ
멀티-_- 님의 말:
역시 힘든 것은 비교지.
바보 님의 말:
비교?
멀티-_- 님의 말:
내가 군대를 늦게 갔잖아.
바보 님의 말:
그렇지. 25살에 갔으니.
멀티-_- 님의 말:
어. 나 이등병때 과에 동갑 여자애가 행시 수석했다고 하는 얘길 들었어.
바보 님의 말:
헐..
멀티-_- 님의 말:
상병이 되니까 나랑 같이 대학생활하다가 나 군대 올때 고시 시작한 애가 사시를 붙었어.
바보 님의 말:
..........
멀티-_- 님의 말:
제대하고 보니까 지인인 여자애들은 다들 잘 나가고 좋은데 들어가서 다 좋은 일들 하고 있고.
바보 님의 말:
그렇지 뭐 나이가.
멀티-_- 님의 말:
어. 집안은 암래도 내가 나이가 드니까 아버지 퇴직도 다가오고 이래저래 좋질 않더라. 주변은 다들 취업하고 잘 살고 잘 지내는데, 난 무슨 들판 한 가운데 혼자 서 있는 느낌? 군대에서 그런 느낌 많이 받잖아. 혼자 뒤쳐지고, 혼자 망하고 있고, 혼자 쓰레기 같은 느낌들.
바보 님의 말:
어.
멀티-_- 님의 말:
늦게 군대가면서, 그나마 가서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 듣고 공군을 갔더니 가서 헌병 (..........) 걸리는 센스의 운세들도 그렇고.
바보 님의 말:
막상 진급하고서는 편했잖수.
멀티-_- 님의 말:
뭐 그거야. (......) 그래도, 군대에서 꼬인 기수라서 병장달고 걸레 잡고 걸레질 하고 있을 때 미치게 답답했는데. 남들은 이 시간에 공부하는데, 남들은 이 시간에 노력하는데, 다른 애들은 지금 뭐가 되어서 뭐 뭐 하고 있는데. 난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을까.
멀티-_- 님의 말:
제대하고서도 그런 생각 계속 들더라. 경제학이고 행정법이고 행정학이고, 내가 뭐 이전에 공부한 적 있간? 사실 난 내가 상경대 출신이니까, 직렬 골라야 한다길래 재경이면 되겠지 싶어서 한 거고 상대생 별로 없으니까 우왕 좀 더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ㅄ 이었는데 -_-;;
바보 님의 말:
-_-;;
멀티-_- 님의 말:
주변에 고시 보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뭐 어디서 물어보거나 알아봐야 한다는 걸 물어볼 사람조차 없으니까, 좀 이래저래 힘들더라. 무얼 공부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니 걍 강의 듣고 책 디립다 읽고 그러는데 실력은 오르질 않고 다른 애들은 제대도 했으니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오고 하는데 참 막 비참해질 정도도 많더라.
바보 님의 말:
음. 고시 보면서 사람 만나지 말라는 말이 그런 거지. 사람들 만나고, 연락을 듣고, 나와 그 사람의 여건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고시생은 합격 전 까지는 행복할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해서 바뀔 수 없는 고민이라면 안하는 게 더 나으니까.
멀티-_- 님의 말:
어. 나도 작년 1학기때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그런 얘기를 들었지. 그때 내게 제일 필요했던 얘기가 그거 아니었나 싶다.
바보 님의 말:
뭐 무슨 고시 벌써 합격한 사람 말투같아서 좀 그렇다만 ㅋㅋ 무슨 얘기인데.
멀티-_- 님의 말:
아니 그런 얘기는 아니고 -_-;; 그게 아니라 걍 지금 내 처지에, 계속 그런 비교 같은 거 하면서 쫄려 살아야 할 걸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참 다행이라는 의미지 무슨;;;
바보 님의 말:
어. 알았으니까. 뭔데.
멀티-_- 님의 말:
회계학 교수님이었는데, CPA 보는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 자신도 관악대 졸업한 다음에 평범하게 취업해서 일하다가 서른이 넘고서 문득 대학원을 가고 싶더라네. 대학원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고 하면서 친구들은 다들 무슨무슨 장 무슨무슨사를 달고서 잘나가면서 일하고 하는데, 자기는 그냥 아무 것도 없고 아무 하는 일도 없이 그간 모아놓은 저축이랑 마흔 넘어서도 부모님 등골 빼먹고 사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었대. 그냥 아무 것도 없이 박사 과정, 그게 끝이었으니까.
바보 님의 말:
어..... 왠지 막 안구가 축축한.....
멀티-_- 님의 말:
그때 교수님이 생각하셨고 지금 우리에게 말해주신 건 다른 게 아니라 이거야. "인생은 스스로 사는 거지, 남들에 등떠밀려 사는 게 아니다. 나보다 빨리 교수가 되거나 무슨 사장이 되거나 한 친구는 그 자신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거고, 난 나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거다. 내 인생이 행복하다, 불행하다를 말할 수 있고 내 삶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안했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누구보다 뒤쳐졌고 인생의 낙오자라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하려고 하지 마라."
바보 님의 말:
ㅎㅎ 좀 괜찮네.
멀티-_- 님의 말:
어. 선배들 말을 들으라는 말이 참 맞는 듯. 군대에서 고참이 "다음 끼니 먹을 것만 생각하고 버티고, 저녁을 먹고서는 잠 잘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버텨라"라고 한 말 이후로 제일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ㅋㅋㅋ
바보 님의 말:
하지만 비교 안하고 산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멀티-_- 님의 말:
그렇지만 비교하지 않으려고 할 때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겠지.
바보 님의 말:
ㅋㅋㅋ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안 받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지.
멀티-_- 님의 말:
어. 삶이고 시험이고 연애고 직장이고 가족이고, 스트레스 안 받을 수 있을 때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 같다. 행정고시 내년에 뽑건 뽑지 않건, 2월의 내게는 입시가 있었고, 그렇다면 일단, 입시에 최선을 다하게 생각하고서 나머지는 잊는 것이 최선이었겠지. 그때라면 도리어 내년에 안 뽑는다는 걸 계속 나 자신에게 각인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의 분석이나 예측은 의식적으로 계속 포기했었어.
바보 님의 말:
18시간 이라니 그래도 -_-
멀티-_- 님의 말:
잘했잖냐? ㅋㅋ
바보 님의 말:
뭐 후회는 없겠군 떨어져도.
멀티-_- 님의 말:
죽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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