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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가 먹은 7월의 점심 도시락
7월의 시작은 고기! 회식도 아니고, 저녁도 아닙니다.회사 점심시간에 식당에 들러서 '제육볶음을 먹을까, 김치찌개를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합니다.안그래도 육쌈냉면 먹고 싶었는데 주변에 파는 곳이 없어 실망하고 있던 차에 고기 굽는 냄새를 맡으니 참을 수가 없네요.고기는 1인분씩 주문이 안되는지라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을 외치며 삼겹살 2인분에 냉면까지 주문합니다.식당에서 파는 고기는 1인분같은 2인분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데다가 후식 냉면은 식사 냉면보다 양이 좀 적다는 것까지 감안해서 질러봤는데 딱 좋네요.일회용 앞치마 두르고 노릇노릇 지글지글 삼겹살 한 점 먹고 시원한 냉면 한 젓가락 먹고 삼겹살 기름에 지진 김치볶음 한 쪽 찢어먹고 상추무침에 삼겹살 얹어 다시 한 점 야무지게 먹어주면 어느 새 빈 불판만 놓여있습니다.혼자서 고기도 구워먹고, 애프터눈 티세트도 먹고, 뷔페도 가고.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자신감이 뿜뿜 솟아오릅니다.직장을 옮긴 지도 이제 석 달. 업무는 슬슬 익숙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구내식당이 없으니 점심으로 뭘 먹지 고민하는 건 여전합니다.KFC에서 파는 치밥을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좀... 너무 느끼하네요.역시 치밥은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치킨 꺼내 밥과 함께 먹는게 진리!주문했던 도시락통이 드디어 왔습니다. 무형문화재 공방에서 만든 옻칠 나무 찬합입니다.마음에 드는 접시가 손에 들어오면 왠지 요리를 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거 같네요.첫 메뉴는 안비빔밥.비벼먹다간 넘칠 거 같아서 덮밥 떠먹듯 섹터별로 분리해서 하나씩 공략합니다 ㅎㅎ연포전.조선시대 선비들은 절에 쳐들어가서 "두부 만들어 바쳐라!"하며 받아낸 두부와 각종 버섯, 닭고기를 넣고 끓인 연포탕을 만들어 먹는 모임을 갖곤 했습니다. 연포라는 단어가 '두부'를 의미하거든요.지금은 연포탕이라고 하면 문어나 낙지가 들어가는 것이 대세가 되었지만 이는 전라도 쪽 연포탕이 널리 퍼진 것이고, 원래는 닭고기를 많이 넣었다고 하네요.하지만 뜨끈한 국물 가득한 탕을 도시락으로 싸오기가 애매하니, 그냥 두부는 굽고 버섯은 볶고 닭고기는 삶아서 연포탕이 아니라 연포전을 만들어 가져왔습니다.카레라이스, 삼치구이, 콩나물과 시금치.카레라이스는 양파를 엄청나게 많이 넣어서 맛있습니다. 삼치구이와 나물 반찬 곁들여 냠냠.한 달에 한 두번은 꼭 먹는 파스타. 집에서 치즈 그라인더 일일히 가져오기 귀찮아서 다이소에서 새로 하나 샀는데... 뭔가 결과물이 좀 마음에 들지 않네요.그래도 트러플 소금과 후추와 허브 넉넉히 뿌려 먹으면 여전히 맛있습니다.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서 방문한 중국집. 요즘 사방에서 얻어맞고 있는 백종원 아조씨의 홍콩반점입니다.초반에는 '고든 램지도 방송 많이 나오다가 미슐랭 별 빼앗겼는데 저렇게 방송 출연 많이 하면서 프랜차이즈 관리가 되나' 싶었던 적도 있고특히 "내꺼내먹"에서 자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돌면서 사장들 탈탈 털 때는 '프랜차이즈 역할이 저런 거 교육하고 관리해서 퀄리티 유지하는 건데 사장이 직영점도 아니고 가맹점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깐다고?!'싶어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죠.하지만 막상 나락 가기 시작하니까 이건 뭐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왕창 욕먹는 상황. 마치 군부대에서 사고 났는데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이니 책임져라!하는 느낌입니다.결국 남들에게 지적하던 것이 본인(의 사업장)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급격한 추락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는 괘씸죄다"라는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무념무상...아, 그것과는 별개로 짜장면은 약간 탄 맛이 섞여있어서 재방문은 안 할거지만요.달걀볶음밥과 오이지, 우엉조림.얼린 대파를 잘라서 식용유에 볶다가 달걀을 튀기듯 익혀줍니다. 달걀이 절반쯤 익었을 때 햇반을 조리하지 않은 딱딱한 상태 그대로 투하.밥가루를 뿌리고 굴소스도 아주 조금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완성.지금까지 이래저래 여러 방식으로 달걀볶음밥을 만들다가 최종적으로 정착한 방법입니다 ㅎㅎ.밥알이 살아있으면서 달걀이 따로 놀지 않고, 은은한 파향과 굴소스의 감칠맛이 잘 어우러집니다.참지마요 주먹밥, 진미채볶음, 데친 브로콜리.참치마요를 참지 않고 가득 넣어서 엄청 크게 만든 왕주먹밥입니다. 한 개가 편의점 삼각김밥 조그만 거 한 개 분량은 될 듯 싶네요.주먹밥 안에 내용물 채워넣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인지라 한창 만드는 중에도 '그냥 밥 따로 반찬 따로 담을까'하는 고민이 계속됩니다만,그래도 한 입 베어물었을 때의 만족감은 따로 먹을 때보다 훨씬 높아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도시락 싸는 게 재미있더라도 더운 여름날 살얼음 가득한 냉면 한 그릇이 먹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서리가 맺히도록 차가운 냉면 육수, 뜨거운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찌개와 해장국은 도시락으로 먹기엔 불가능합니다.어쩔 수 없이 주변 식당을 찾아가서 먹어줘야 하지요.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만들고 남은 홍소육.소스를 따로 바르지 않고 담아서 그런지 홍소육이라기보다 그냥 수육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릴까 하다가 워낙 더워서 그대로 먹었는데, 차갑게 냉육 느낌으로 먹어도 맛있습니다.돼지고기 한 점에 청경채 하나씩 먹다보면 어느 새 텅 빈 접시만 남지요.강연 일정이 잡혀 있어서 도시락 들고 오기가 마땅치 않아 식당에서 사먹은 김치찌개.매일 바뀌는 반찬 네가지 + 계란후라이 + 돌솥밥 콤보는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더욱 다행인 점은 도서관 점심시간이 한 시 부터인지라 가장 붐비는 시간대를 살짝 피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웨이팅도 없고, 주문하면 빨리 나오니 소중한 점심시간을 아껴서 식후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만들 수 있습니다.호박잎 우렁된장 쌈밥.예전에 강원도 여행 다녀오면서 우렁쌈밥을 먹었는데 아들내미가 또 먹고 싶다고 졸라대길래 만들었습니다.남은 반찬은 다음 날 주먹밥처럼 휙휙 싸서 칼집 내고 우렁된장 조금씩 얹으면 도시락 완성이지요.일어나서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도시락을 싸는데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한계입니다.예전같았으면 '그건 불가능하지'라고 생각했을 메뉴들도 요리학교 한 번 다녀오니 '80%는 전날 미리 만들어 둘 수 있으니 다음날 요래조래 하면 도시락으로 쌀 수 있겠다'는 견적이 잡혀서 좋네요.도시락 싸는 김에 넉넉히 만들면 방학 중이라 집에서 점심 먹는 아이들에게 반찬 하나 더 추가해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인지 애들이 요즘들어 "아빠, 내일은 회사 늦게 가요?"라고 물어보는 빈도가 늘어난 기분입니다.운동하거나 업무가 있어서 일찍 출근하는 날은 주변 식당에서 사먹는데, 그렇지 않은 날은 좀 늦게 출근하면서 도시락을 싸니까 자기들 입에도 뭔가 더 들어올게 생긴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작성자 : Nitro고정닉
토마스 그립: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
[시리즈] 게임개발자들 이야기 · NPC 상호작용에 대해, 토드 하워드 인터뷰 (1부) · 베데스다 입사한 썰, 토드 하워드 인터뷰 · 오픈월드 만드는 법, 토도끼 하와도 인터뷰 · 엘더스크롤6에 대해, 토드 하워드 인터뷰 · 오브라 딘 호의 귀환, 루카스 포프 인터뷰 (상) · 1인 개발에 대해, 루카스 포프 인터뷰 (하) · 에드먼드 맥밀런: 만약 아이작이 잘 안됐다면... · 닐 드럭만: 조엘때문에 제일 슬픈건 나다 새끼들아 · 트로이 베이커(라오어 조엘): 니들이 각본써봐 ㅇㅇ · 애니멀 웰 만든 썰, 빌리 바소 인터뷰 · 애니멀 웰 1주년 기념 Vlog · 애니멀웰 개발자: 질문받는다 · 팀 케인: 게임 속에서 도덕성을 다루는 법 · 팀 케인: 개발자의 의도대로 플레이하기 vs 좆대로 하기 · 그냥 게임을 존나 잘했던 게임 개발자.jpg · 99년생 개발자의 개발철칙 - 프로젝트 반드시 끝내기 · 타이난 실베스터: 조나단 블로우 이 쌍노무새끼야 · (GDC) 타이난 실베스터: 림월드의 시스템적 스토리 · 위트니스-라이크가 대체 뭐죠??? · 매튜 반더밴더: 더위트니스 식으로 스토리텔링하는법 · 어떻게해야 퍼즐을 존나게 잘 만들수있을까???? 토마스 그립이 대체 뭐하는새끼인데 꺼드럭대노?????토마스 그립은 프릭셔널 게임즈의 개발자로암네시아와 SOMA 등의 게임을 제작했음--------------------------------------------------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5가지 핵심 요소지난 몇 년 동안 저는 비디오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아직 그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핵심적인 문제는 글쓰기나 주제, 캐릭터 같은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인 전달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항상 저를 방해해서, 정말로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가 어렵더라고요.이런 생각을 오래도록 곱씹은 끝에, 저는 상호작용을 통해 전달되는 내러티브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관점을 담은 것이며, 과학적인 이론을 제시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일종의 선언문(manifesto)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다섯 가지가 허술한 규칙이거나 극히 개인적인 미적 취향의 요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이 비디오게임 스토리텔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가장 탄탄한 기반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랙티브 내러티브에서 기대하는 바를 집약한 정리라고 진심으로 믿습니다.또한, 아래의 모든 요소는 모두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전체적인 내러티브 경험이 크게 약화될 것입니다.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1)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기이건 정말 단순한 요점입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퍼즐을 풀거나, 보석을 쌓거나, 움직이는 목표물을 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게임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이 경험의 핵심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플레이어를 서사 속으로 몰입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다른 어떤 요소도 이보다 우선시되어서는 안 됩니다.이유는 매우 자명합니다.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고자 하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그 스토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래에서 다루게 될 여러 문제들 중 상당수가 바로 이 원칙을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이 요소의 핵심은 스토리가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배경이 있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드라마가 존재해야 합니다. 게임의 서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이야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들이 전혀 없다면 안 됩니다.2) 대부분의 시간을 플레이에 사용하기비디오게임은 본질적으로 상호작용적인 매체입니다. 따라서 전체 경험의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게임의 핵심은 읽거나 컷신을 감상하는 데 있으면 안 되고, 직접 플레이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휴식 구간이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지속적인 조작 없이 여백을 두는 것이 필수적인 순간도 있습니다.이 말은 겉보기엔 매우 기본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죠. 사실 거의 게임 디자인의 기초 원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자명한 건 아닙니다. 게임 디자인에서 흔히들 말하는 통념 중 하나는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시드 마이어의 “게임이란 일련의 흥미로운 선택들이다”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하죠. 그러나 저는 이 말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선택'이 전부라면, '내가 선택하는 모험' 책이 최고의 인터랙티브 픽션이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심지어 가장 찬사받는 스토리 중심의 비디오게임들조차 스토리 관련 선택지를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The Last of Us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죠.) 그렇다면 질문이 생기죠 "상호작용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그럼요. 하지만, 그 이유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제가 생각하는 스토리텔링에서 상호작용의 핵심 목적은 존재감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플레이어가 그 세계 안에 실제로 들어가 있다는 몰입감과 현장감을 형성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능동적 플레이의 흐름이 필요합니다.플레이어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그 경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특히 플레이어가 조종권을 가져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조작이 불가능하면, 그 이탈은 더욱 심해집니다.게임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고 강화하려 노력해야 합니다.3) 상호작용은 서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에 몰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그들의 행동이 이야기의 중요한 사건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게임플레이가 이야기와 무관하거나, 심지어 주변적인 가치밖에 없다면, 이는 스토리텔링으로서 실패한 것입니다. 이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첫째, 플레이어는 자신이 이야기의 능동적인 일부라고 느껴야 합니다. 만약 중요한 스토리 순간들에 플레이어의 개입이나 선택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플레이어는 그저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고 맙니다. 게임플레이가 오로지 보석을 맞추는 것이라면, 플레이어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상호작용에 쏟는다 해도 그들은 이야기의 중요한 사건들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에, 그 행동은 서사적으로 무의미합니다. 게임플레이는 내러티브의 기반이 되어야지, 다음 컷신을 보기 전까지의 시간 때우기용 부차적 활동이어서는 안 됩니다.둘째, 플레이어는 자신의 역할을 플레이를 통해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탐정 역할이라면, 게임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탐정이라는 것이 드러나야 합니다. 만약 컷신이나 설명 텍스트를 통해서만 플레이어의 역할을 이해하게 만든다면, 그 게임은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4) 반복적인 행동은 배제할 것많은 게임들이 주는 핵심 재미는 시스템을 마스터해가는 과정에서 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그 시스템에 능숙해지기 마련이죠. 이런 과정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잘 구성된 이야기에서는 이런 반복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스토리에서는 어떤 활동이든 서사의 리듬과 흐름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지속되어야 하며, 플레이어는 특정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감 있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활동이 서사적 역할을 다 마쳤다면,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는 게임은 반드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반복의 또 다른 문제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무너뜨린다는 점입니다. 다른 매체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게 만들죠. 영화나 소설은 일부러 모호함을 남겨서, 개인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같은 행동이 반복해서 요구되면, 상상력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이야기를 기계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의 공백을 상상으로 채우는 대신, 반복되는 시스템에 갇혀버리는 것이죠.이 말이 코어 메커닉 자체를 계속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같은 메커닉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변주해서 사용하느냐입니다. <Limbo>와 <Braid>는 이 점에서 훌륭한 사례입니다. 기본적인 조작법은 1분이면 익힐 수 있지만, 게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사용법과 상황 변화를 제공하여, 전혀 반복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만듭니다.5) 주요 진행 방해 요소를 없앨 것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에 계속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들의 집중이 언제나 스토리 전개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이 도전을 완전히 배제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어떠한 장애물도 플레이어의 모든 집중을 잡아먹어서는 안 됩니다. 플레이어는 본질적으로 이야기를 경험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지점에서 막혀버리면, 플레이어의 관심은 스토리에서 멀어지고, 단지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수단 찾기에 몰두하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게임의 기저 시스템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최적화하려는 시도에 빠지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모두는 서사적 경험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문제입니다.이러한 문제를 가장 자주 일으키는 세 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1.복잡하거나 모호한 퍼즐2.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구간3.미로 같은 구조의 맵이런 요소들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거나, 기술 부족으로 진행을 멈추게 만들기 아주 쉽습니다. 퍼즐이나 미로, 숙련 기반의 도전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요소들이 경험을 방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어떤 구간이 플레이어를 이야기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면, 과감히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합니다.이 다섯 가지를 지키는 게임들은 뭐가 있을까?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요소들은 얼핏 보면 굉장히 당연해 보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을 굳이 다시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죠. 각 요소만 따로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모든 요소를 한 게임 안에 통합한 사례는 정말 드뭅니다.순수하게 스토리텔링을 중심에 둔 게임으로는 비주얼 노벨 장르가 가장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장르의 게임들은 대부분 2번 요소(대부분의 시간을 플레이에 사용하기)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상호작용성이 거의 없고, 플레이어는 대부분 단순한 독자로 머무르기 때문이죠. 또한 많은 경우 3번 요소(서사적으로 타당한 상호작용)도 충족하지 못합니다. 플레이어가 이야기와 관련된 행동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적고, 스토리는 대부분 수동적인 방식으로 전개됩니다.<The Last of Us>나 <BioShock Infinite> 같은 액션 게임들은 4번(반복의 배제)과 5번(진행 방해 요소 제거)에서 실패합니다. 게임의 상당 부분이 지속적인 반복과 막힘으로 구성되어 있고,3번 요소(서사와 연관된 플레이)도 충족하지 못하는 구간이 많습니다. 또한 스토리의 많은 부분이 긴 컷신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2번 요소(게임 대부분을 플레이로 구성)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흔합니다.RPG 장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매우 반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긴 컷신과 대화로 인한 긴 여백(downtime) 때문에 플레이 흐름이 자주 끊기죠.<Heavy Rain>이나 <The Walking Dead> 같은 게임은 인터랙티브 내러티브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역시 2번 요소에서 약점을 드러냅니다. 이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영화에 약간의 상호작용을 덧붙인 형태입니다. 물론 상호작용이 경험의 일부이긴 하지만, 경험을 주도하는 동력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장치에 가까워요. 또 대부분의 플레이가 계획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반응(reaction)에 그치기 때문에, 다른 비디오게임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몰입감이나 참여감을 크게 잃게 됩니다.그렇다면 이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게임은 무엇일까요?각 요소에 대한 요구 조건이 아주 구체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충족 여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게임이 혹시나 궁금하다면... 걍 유튜브로 보는게 낫다)하지만 제가 보기엔 <Thirty Flights of Loving>이 가장 근접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게임은 이야기 자체가 매우 이상하고 단편적이기 때문에 조금은 문제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섯 가지 요소를 통합한 면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 가장 근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To the Moon>도 근접한 사례 중 하나이긴 합니다. 하지만 대사와 컷신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요구 조건들을 충족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Gone Home> 역시 비교적 근접하지만, 플레이어의 행동이 핵심 서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부족하고, 게임의 많은 부분이 플레이보다는 읽기에 할애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충족하진 못합니다.이 게임들이 정말로 다섯 가지 요소를 충족한다고 보든 아니든 간에, 이 게임들이야말로 앞으로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바로 이런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죠.또한 흥미로운 점은, 제가 언급한 이 게임들이 비평적으로도,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분명히, 이런 종류의 경험에 대한 수요와 호감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마치며...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굳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면이 다섯 가지 요소는 게임의 '완성도'나 '품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기준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게임이라도 훌륭할 수 있고, 반대로 다 충족하는 게임이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요소들은 단지 특정한 종류의 경험을 구성하는 기반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경험이 오늘날 비디오게임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저는 이 다섯 가지 단순한 원칙이 게임을 기획하고 평가할 때 하나의 구조로서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준에 따라 어떤 비디오게임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지금까지 이 모든 요소를 담아낸 게임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죠.하지만 이 기준에 가까운 게임들이 보여주는 가능성만 보더라도, 정말 다채로운 경험의 스펙트럼이 열릴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저는 이 방향이야말로 앞으로 탐험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상호작용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은 '계획성'입니다.이는 <Walking Dead>와 <Heavy Rain>을 이야기할 때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주제입니다.좋은 게임플레이 상호작용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플레이어가 버튼을 많이 누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그 입력이 게임의 미래 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플레이어가 입력을 할 때, 그 결과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해요.예를 들어 “지금 방향을 틀면 날아오는 소행성을 맞출 수 있겠지” 같은 아주 짧은 시간 단위의 계획이라도 말이죠.이런 요소 하나만으로도 순전히 반사적으로만 작동하는 게임과는 전혀 다른 상호작용이 생겨납니다.계획이 가능하다는 건, 플레이어가 입력을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플레이 경험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반복’이란 무엇으로 간주되는가도 흥미로운 논의 거리입니다.예를 들어 <Dear Esther> 같은 게임은 걷거나 바라보는 것 외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풍경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게임을 반복적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반면 어떤 게임은 정말 다양한 상호작용을 제공하더라도, 항상 비슷한 상황 속에서 그것을 반복하게 한다면 금방 지루해지고 말죠.그래서 저는 ‘반복성’은 결국 리소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한정된 리소스로 비반복적인 게임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이 말은 곧,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 중심 게임은 필연적으로 자산이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다양한 상황, 공간, 연출, 상호작용의 변화가 있어야 플레이어의 상상력과 몰입이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마지막으로, 제가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요소를 대체로 충족하거나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게임들을 더 소개하겠습니다The PathJourneyEveryday the Same DreamDinner DateImmortallKentucky Route Zero이 게임들이 그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모두 어느 정도는 경계선상에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들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이로써 제가 떠올릴 수 있는,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거나 거의 다 갖춘 게임들의 목록은 마무리됩니다.
작성자 : ㅇㅇ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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